[글로벌 시민] 임대료 급등에 ‘몸살’

입력 2023-09-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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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환 통신원

우리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학생이 이번에 집을 옮겼다고 한다. 가게와는 가까워졌다며 웃는다. “그래, 잘됐다”고 했지만 속사정을 들어보니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학교와는 멀어지고 집도 좀 낡았지만 할 수 없이 룸메이트와 함께 이사를 했단다.

주택을 소유한 나로서는 주거문제가 그렇게 표면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세입자들은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근심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포르투갈 언론은 최근 “내년도 주택 임대료가 6.94% 증가할 수 있다”며 “30년 만에 최대 폭 인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국립통계연구소(INE)가 지난 8월까지 1년간 주택을 제외한 물가지수의 평균 변동률을 조사한 값으로 다음 해 임대료 책정에 기초가 된다.

세입자협회는 “급여와 연금 오름폭이 임대료 인상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임대료 인상은 재난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올해 주택 임대료 인상률은 5.43%였지만 정부는 이를 최고 2%로 제한한 바 있다. 반면 임대인단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상환액이 늘어 어려움이 많다”며 “주택대출 문제 해결 없이 재차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면 안 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포르투갈의 주택 임대료 문제는 다른 통계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하우징 에니웨어(Housing Anywhere)’가 유럽 23개 도시를 조사해 발표한 올 2분기 임대지수<표>에서 리스본은 1베드룸 아파트의 월 평균 임대료가 2500유로로 가장 비싼 도시에 올랐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해 ‘디지털 유목민이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됐던 리스본은 올해 5위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주택 임대료 급등을 꼽고 있다.

지난 4월 초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주거는 권리다’ ‘모두를 위한 주택’ 등을 외치며 실효성 없는 주거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포르투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았다. 정부에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2023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달까지 날아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집을 보장할 수는 없다. 정말 놀랍지 않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집이다. 하지만 이는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올 봄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세입자연합(IUT) 회의에서 마리 린더(Marie Linder) 회장의 뼈있는 한마디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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