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불황형 흑자'... 한은 "유가 상승, 흑자 제약 요인" [종합]

입력 2023-09-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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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수지는 4개월 연속 흑자
여행수지 적자폭 1년 전보다 확대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석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한 이른바 '불황형 흑자'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달러(약 4조7000811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4월(-7억9000만달러) 적자 이후 5월(+19억3000만달러), 6월(+58억7000만달러)에 이어 3개월째 흑자다.

경상수지가 3개월째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5∼7월 이후 1년 만이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1년 전(17억달러 흑자)보다 흑자 폭이 커졌다.

다만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억1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65억7천만달러)과 비교해 약 77%나 급감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올해 초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나타냈다가 점차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7월 들어 전년 동월 수준을 상회했다"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유가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7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상품수지(42억8000만달러)가 4개월 연속 흑자였다.

수출(504억30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8%(87억9000만달러) 줄었다.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석유제품(통관 기준 -41.8%), 반도체(-33.8%), 화학공업 제품(-16.4%), 철강 제품(-12.6%)이 부진했고 지역별로는 중국(-25.1%), 동남아(-20.9%), EU(-8.4%), 미국(-8.1%), 일본(-6.0%)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다만 승용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7% 증가했다.

수입(461억5000만달러)은 22.7%(135억9000만달러) 줄었는데, 감소액이나 감소율이 모두 수출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이 작년 같은 달보다 35.7% 급감했다. 원자재 중 가스, 석탄, 원유, 석유제품 수입액 감소율은 각 51.2%, 46.3%, 45.8%, 40.9%에 이른다.

반도체(-22.6%)와 반도체 제조장비(-13.7%), 수송장비(-13.3%) 등 자본재 수입도 12.5% 줄었다. 곡물(-20.3%)과 승용차(-19.2%) 등 소비재 수입 역시 12.1% 축소됐다.

이 부장은 "7월 수출이 주춤했는데, 8∼9월 감소세가 둔화하다가 4분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유가 오름세가 계속된다고 하면 원유 관련 수입액을 늘려 상품수지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6월(-26억1000만달러)보다는 적자가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7000만달러)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약 36배로 커졌다.

세부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14억3000만달러) 적자 폭이 1년 전(-8억4000만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운송수지 흑자(9000만달러)는 작년 같은 달(14억7000만달러)보다 13억달러 이상 급감했다.

본원소득수지(29억2000만달러)는 6월(48억5000만달러)보다 적었지만, 작년 7월(26억2000만달러)보다는 많았다. 특히 배당소득 수지 흑자 규모가 한 달 사이 42억3000만달러에서 25억6000만달러로 줄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7월 중 37억2000만달러 불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4억2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6억5000만달러 각각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각 69억달러, 26억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증가액(69억달러)은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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