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보다 약과”…‘할매니얼’, MZ 입맛 장악한 이유[전문가 분석]

▲편의점 업계에서 약과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GS25, 세븐일레븐)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에 부응하는 간식 열풍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를 주도한 약과를 넘어 조선시대 간식이었던 개성주악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할매니얼 지속 현상의 이유에 대해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고, 전통 간식이 MZ세대에겐 새삼 새로운 트렌드라고 분석한다. K콘텐츠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에 대한 탐닉현상도 한몫했다고 본다.

약과 인기에 '약게팅' 신조어까지…개성주악도 급부상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가 올해 3월 출시한 약과와 파이를 접목한 ‘경제적 약과파이’는 큰 인기를 끌며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5만 개를 돌파했다.

편의점 4사도 약과와 이를 활용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CU는 최근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를 흑맥주로 만든 상품을 선보였다. 올해 3월 선보인 약과 쿠키 2종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20만 개를 돌파했다. GS25가 출시한 PB 제품 ‘행운 약과’ 시리즈 역시 두 달 만에 150만 개 넘게 판매됐다.

특히 약과는 ‘약게팅(약과와 티케팅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젊은 층에서 인기다. 주로 노년층에서 좋아했던 간식을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진 것이다.

약과의 인기에 힘입어 단맛과 쫀득한 식감이 특징인 개성주악도 전통 과자로 인기가 급상승하 있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개성주악’과 관련된 게시물은 2만8000개에 달한다.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 전통의 맛에 매료돼

전문가들은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층이 전통 간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커서 스스로를 소중히 여긴다”며 “예전에 인기 있던 마카롱‧케이크보다 전통 간식은 건강한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젊은 세대는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 전통 간식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에겐 익숙한 간식이지만 젊은 세대에겐 새롭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다. 유통업계가 SNS에 새로운 것을 올려 자랑하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공략한 제품을 많이 내놓는 것 역시 유행이 계속되는 이유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따라하는 것은 일종의 체험‧경험”이라며 “젊은 세대에게는 전통 간식을 먹는 게 일종의 ‘챌린지’다. 당시의 맛을 체험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애 교수는 “유통업계가 당시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이종간 협업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도 젊은 세대에게는 큰 재미 요소”라며 “SNS에 경험을 공유하면 남들도 따라하는 동조현상이 생기고 유행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콘텐츠가 전세계를 장악하면서 글로벌 주류로 부상하자. 우리나라 전통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할매니얼 열풍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팝‧K드라마 등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며 우리나라 사람 스스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전통으로까지 넘어간 것”이라며 “한국적인 간식이라 먹어보니 맛있었고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선순환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할매니얼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은희 교수는 “전통 간식이 계속해서 변주되고 종류도 많은 만큼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