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국제유가에 추석밥상에… 다시 켜진 물가 경고등

입력 2023-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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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유소 앞 도로가 주말 오후부터 주차장으로 변했다. 일산 지역에서도 기름값이 싸기로 유명한 곳이라 평소에도 자주 붐비지만, 이같은 인산인해는 생소한 광경이다.

기름값이 9주째 치솟으면서, 1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나선 운전자들로 도로가 주차장이 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번 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한 주 전보다 5원 상승한 1750원을 기록했다. 서울은 평균 1830원대를 넘었다. 경유도 10.6원 오른 1640. 6원으로 집계됐다.

기름값 오름세는 이번 주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12일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2.03원 오른 1841.68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역시 1758.73원으로 1.15원 올랐다. 기름값이 오르는 이유는 국제유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지난주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3.5달러 오른 배럴당 90.2달러를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90달러를 넘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 결정 속에 호주 가스전 파업으로 천연가스 공급 차질 우려가 겹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 유가가 2주 정도 뒤 국내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급등세는 추석 즈음 국내에 추가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소비 위축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다시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 급등세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를 기록한 뒤로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부터 둔화하다가 7월에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서게 됐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은 1년 전보다 5.4% 올라 전체 물가를 0.26% 포인트 끌어올렸다. 3%대로 올라선 소비자 물가에 기름값까지 가세한다면, 2차 인플레이션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추석을 앞두고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역시 이미 비상이다. 게다가 추석날 한자리에 모인 가족과 친지들이 나누는 물가 관련 대화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주관적 전망이지만 실제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경제지표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 가격, 투자 결정 등에 반영되면서 실제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국에서 추가적인 물가 자극 요인들을 관리해 나갈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연말까지 평균 유가를 84달러로 가정하고 10월 이후 물가 안정을 점쳤던 느슨한 전망부터 수정해야 한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한 폴 볼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과감한 금리인상으로 고물가를 잡아가던 중, 당시 카터 대통령의 은근한 금리인하 압력에 금리를 낮췄다. 그러자 물가가 다시 치솟았다. 이를 다시 끌어내리기 위해 더 많은 경제적 희생이 뒤따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발 더 나아가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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