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등장하는 MB·박근혜…정치참여엔 '선 긋기'

입력 2023-09-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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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13일 김기현 대표와 사저 회동
MB, 공식 석상서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당내 일각선 “두 전직 대통령 실질 영향력 행사 어렵다”는 시각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금씩 대외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에 나설 인사들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13일 늦은 오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와 회동한다. 2021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후 칩거해 온 박 전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이날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그를 예방하기로 했다. 이는 김 대표가 최근 추진하는 ‘보수 진영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도 전날(12일) 특별사면 뒤 처음으로 대규모 행사에서 공식 연사로 나섰다. 그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롯데호텔 제주에서 개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을 맡았다.

행사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활동한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제가 수년 동안 오지를 여행 하느라고 여러분들을 볼 수 없었다. 지난해 연말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고 첫마디를 꺼냈다. 그 뒤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경험 등 경제 이슈 위주로 이야기를 주도했다.

이 전 대통령은 행사장으로 입장하면서 중소기업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엔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고, 연극 '파우스트'를 관람하는 등 공개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어 5월에는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에 함께 했던 서울시 공무원 모임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 회원들과 함께 청계천 산책을 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 연설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 이후 처음이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 연설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 이후 처음이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러한 두 전직 대통령의 잇단 공개 행보가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옛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를 지원 사격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번 정부 인사 중 친이계 출신들은 이미 두루 포진해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은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이날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도 대표적 친이계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 모두 현실 정치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개막식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활동을 재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총선에 대해 관심이 없고,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정치하면서 표 얻을 일은 이제 없다”거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더 이상 정치에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어떤 사람이 ‘그저 내 옆에 함께 걸어가라’는 말을 했는데, 그분 말처럼 여러분들 옆에서 걷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3일 MBN ‘정운갑의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 움직임을 보일 수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본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는 정치적인 활동을 안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선 두 전직 대통령이 옛 친이계(혹은 친박계) 인사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더라도, 과연 그것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란 시각도 있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정치에 상징성을 지녔기 때문에 보수 결집 효과를 기대할 순 있지만, 긴 시간 현실 정치와는 떨어져 있었던 만큼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본지에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유인촌 특보가 도움을 받기엔 자기 분야에서 정책적으로든 (이 전 대통령보다) 머리가 더 크다. (그러니 전직 대통령이) 힘을 행사할 게 뭐가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두 전직 대통령 입장에선 ‘특정 후보를 공천해달라’고 인사 등에 개입하는 것인데 그분들이 그럴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몰라도 우 전 수석을 ‘고마운 사람’으로 볼 지는 잘 모르겠다. 우병우는 매정한 캐릭터다.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을 때 면회를 가거나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의 출마를 지원할 거란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도 “이 전 대통령은 몰라도 박 전 대통령은 총선에 전혀 관여를 안 하시리라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김 대표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이번 예방은 그것의 연장선상이지 그 이상의 뜻은 없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친이·친박계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본인 스스로 역량을 발휘하고 정치를 해나가고 있는데 두 전직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서 거기에 무슨 플러스 알파 요인이 되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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