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65세 정년’ 사회적 물꼬 트려면

입력 2023-09-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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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심화, 고령자 급증 현실
능력별 임금유연성 확보가 관건
노동계 기득권 내려놓고 논의를

노동력 절벽시대를 맞아 정년연장 문제가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로 인해 기업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고 고령화로 인한 연금지급액 확대 등 사회적 비용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력 확보와 연금수급연령 연장에 대비해 노인인력의 노동시장 퇴장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총 인구 5162만8000명 중 생산연령인구는 3667만5000명(71%)으로 전년에 비해 34만여 명 감소했다. 생산연령인구는 저출산 영향으로 앞으로도 매년 32만 명 이상씩 줄어들고 2030년대가 되면 감소폭이 50만 명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과 함께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연장도 정년연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정부는 연금 개시연령을 68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되면 60세 퇴직자는 8년간 소득공백 상태가 된다. 노후에 받을 연금액, 즉 소득대체율은 낮고 노인빈곤율은 높아 고령자의 계속고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인들의 계속고용 필요성에 대해선 노사정 간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동계에선 ‘정년 연장’ 목소리가 높지만 재계에선 ‘퇴직 후 재고용’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근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정년을 65세로 바꾸는 내용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정년 연장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인건비 부담과 신규 채용 축소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지금도 정년 60세를 유지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데 65세까지 연장하자는 요구는 과하다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0세 정년제는 2016년 도입됐으나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시기는 정년제 도입 전에 비해 오히려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이 오히려 퇴직을 재촉한 셈이다.

정부는 재고용과 정년연장을 아우르는 ‘계속고용’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의 이런 흐름은 2013년 정년 60세 도입 때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세대 간 상생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임금조정을 전제로 한 정년 60세를 권고했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임금조정을 뺀 채 정년 60세를 법조항에 명시함으로써 정년연장 효과는 별로 없었고 노사 간 갈등만 부추긴 경험을 갖고 있다. 60세의 법정 정년이 보장되면서 기업들은 오히려 임금 유연성, 인력 유연성 확보가 어려워졌고 노동경직성은 높아졌다.

노인인력의 계속 고용을 원한다면 일본의 고용유지의무화 제도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일본은 2006년부터 65세까지 ‘고용유지 노력’을 의무화한 뒤 이 제도가 어느정도 현장에 뿌리내린 2013년부터 ‘고용유지’를 의무화했다. 고용유지 형태는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속고용(퇴직후 재고용) 등 3가지 중 기업 실정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일본 기업의 70% 정도가 제도 시행 후 지금까지 계약직 형태의 계속고용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의 임금수준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노동자의 업무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퇴직 전 임금의 40~80%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처음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정년 연장에 반대했던 기업들이 후에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고령자 고용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 노동자들은 기업에서 전문성을 갖춰 숙련도가 높은 데다 신체적으로도 건강해 생산성이 일반 젊은 직원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기업들은 연공급 임금체계로 인해 고임금을 받는 고령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지만 임금 유연성만 확보된다면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기업이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임금수준도 근로자 능력과 기업 지불능력에 따라 퇴직 이전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노동계에서 요구하듯 퇴직 전 임금을 보장하는 정년연장은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집단이기주의적 발상에 다름아니다. 청년고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청년과의 세대 갈등으로도 비화될 수 있다. 노조가 청년층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기득권을 양보하고 임금 조정에 나선다면 ‘65세까지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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