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은 14일 불법개설 의료기관(일명 사무장병원) 수사를 위한 건보공단 특별사업경찰권(특사경) 도입과 관련해 “왜 준정부기관에서 필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특사경이 아니면) 연간 2000억 원 정도의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의료계에서 염려가 많은데, 염려가 없도록 의료계를 이해시키고,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날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사경 도입의 기대효과에 대해선 “지난 10년간 3조4000억 원 정도의 부당청구가 있었는데, 회수된 돈은 2000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며 “특사경 도입으로 나머지 돈을 얼마나 환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예방도 중요하다. 군대가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듯, 특사경도 예방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현재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하지만 의료기관 수사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 이유로 수사 종료까지 평균 11.8개월이 걸린다. 이 기간 불법개설 의료기관이 기관을 폐쇄하고 부정수급한 건강보험 급여를 빼돌리면 환수도 어려워진다.
그는 “의료계에서 가장 걱정하는데 특사경이 (의료기관 운영을) 다 살펴보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법적으로 절대 그렇게 안 가도록 돼 있다”며 “허위청구를 살펴보는 부서는 따로 있고, 특사경은 법으로 정해진 (불법개설 의료기관 수사) 직무 외에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보다 1%가량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8월 말 결정했어야 하는데 미뤄졌다”며 “만에 하나 동결되면, 내년에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보험료 동결로 적자가 발생했을 때 다음 해 보험료율이 2%대로 올랐는데, 무엇을 위해 동결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중장기 추계상 5년간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5년 뒤 건강보험 적립금이 모두 소진된다. 1%씩 인상되면, 5년 뒤에도 7000억 원 이상의 적립금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이사장은 “올해 국고지원 일몰이 연장돼 내 임기 중에는 적립금에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강보험 홀로서기가 가능한 새로운 재정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