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각각 해결책 모색…갈등 장기화 조짐
쿠팡과 납품가 협상 갈등을 빚고 있는 CJ제일제당이 신세계, 배달의민족, 컬리 등 온ㆍ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전방위 협업에 나서고 있다. 반(反) 쿠팡 세력 확장을 통해 쿠팡과의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배달의민족 전용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8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제휴협약(JBP)도 체결했다. CJ제일제당과 손 잡은 우아한형제는 배민B마트 내 전용관도 신설했다. 전용관에서는 햇반, 스팸 등 제품을 최대 5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배달의민족 특성을 고려해 냉동과 냉장식품으로 공급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앞서 배달의민족이 새로 선보인 ‘대용량 특가’ 서비스에 소스, 오일, 양념류를 공급한다.
CJ제일제당은 납품가 갈등이 격화한 쿠팡을 대신해 배달의민족 외에도 다른 유통업체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 창구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쿠팡에 일종의 경고를 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배달의 민족 외에 신세계, 컬리, 11번가 등과도 최근 협력에 나섰다.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도 6월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공동 상품은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 등이 될 전망으로 이는 신세계 유통사에 가장 먼저 공급한다.
컬리와는 ‘컬리 온리’라는 이름의 가공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네이버가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도 입점했다. 이 서비스는 밤 12시 이전 주문 건을 익일 배송하기 때문에 쿠팡의 로켓배송과 유사하다. 이 밖에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와도 협력해 CJ제일제당 특별전을 진행했다.
반면 쿠팡은 CJ제일제당 대항마로 중소 식품기업들을 선택한 모양새다. 라면, 즉석밥 등 식품 사업에 뛰어든 하림과의 협업도 강화해 햇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달 초에는 하림의 ‘더미식 즉석밥’, ‘더미식 비빔면’ 등을 990원에 판매하는 특별 행사도 열었다.
이처럼 CJ제일제당과 쿠팡이 각자 생존법을 찾아 나서면서 납품가 협상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쿠팡 없이 제품을 팔 수 있는 채널들을 확보했고 쿠팡도 햇반을 대신할 제품을 찾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뚜렷한 승자나 패자가 없는 상황인 데다 양사 모두 먼저 양보할 의지도 없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