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만 잘 나가네”…빌라·오피스텔은 ‘하락의 늪’ 여전

입력 2023-09-1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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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빌라 밀집지역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 시내의 빌라 밀집지역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

아파트 시장의 ‘나 홀로’ 독주가 이어지면서, 다른 주택들은 속을 앓고 있다. 아파트는 전국 기준으로도 상승 전환에 성공하면서 우상향 중이지만, 아파트를 제외한 다른 유형은 여전히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아파트 선호가 꺾이고, 금리 인하 등 부동산 시장 전체 활성화 전까지 비(非)아파트 침체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KB부동산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거래량은 집계가 완료된 7월 기준 1922건으로 6월(1921건)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거래량은 이날 기준 1681건으로 이달 말 집계가 마무리되더라도 2000건 미만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초 빌라 거래량을 넘어선 이후 줄곧 늘어나고 있다.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595건으로 전월 3845건보다 약 250건 줄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834건에서 올해 1월 1412건으로 폭증한 이후 연초 대비 두 배 이상의 거래량을 이어가고 있다. 빌라 거래량은 1월 1094건에서 7월 1922건으로 두 배 이하를 기록해 아파트 거래량 증가세에 못 미친다.

빌라 거래 감소의 원인으로는 지난해 말 시작된 빌라 전세 사기와 아파트 수요 활성화 위주의 정부 대책, 고금리에 따른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악화 등이 꼽힌다.

특히, 빌라 전세 사기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수요는 물론 갭투자 등 투자 수요까지 줄어든 것이 빌라 시장 침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 분석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약 16만 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9만7801건, 전세는 6만4391건으로 집계됐다. 월세 비중은 60.3%로, 2011년 이후 처음 60%를 넘겼다.

이렇듯 빌라 시장 약세가 이어지자 가격도 줄곧 내림세다. 한국부동산원 ‘8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0.01% 하락했다. 서울 역시 지난달 보합을 기록하는 등 상승 문턱에 턱걸이했다. 반면, 아파트는 전국 기준으로 지난달 0.23% 올랐다. 서울은 한 달 동안 0.48%나 오르는 등 빌라와 달리 '불장'이었다.

빌라와 아파트 간 평균 가격 탈동조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날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값은 4억9644만 원으로 지난해 6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오름세를 기록했다. 반면, 전국 연립주택 평균 매맷값은 지난달 기준 2억1444만 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값 상승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오피스텔도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 기준 지난달 기준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7월보다 0.12%p 하락한 99.43이다. 이 지수는 올해 1월 101.32에서 줄곧 내려 5월 99.94로 기준선 이하로 떨어졌다. 부동산R114는 올해 수도권 오피스텔 매매 및 전세 거래의 70% 이상이 지난해보다 하락한 값에 거래됐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오피스텔은 서울 핵심지에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T 오피스텔 전용면적 37㎡형 매도 호가는 분양가 10억3000만 원보다 최대 1억4000만 원 하락한 8억8500만 원부터다. 중구 왕십리S오피스텔 역시 전용 35㎡형 기준으로 분양가 대비 2000만 원 이상 저렴한 5억2000만 원대 형성됐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빌라나 오피스텔의 경우 올해 발생한 전세 사기 등으로 수요가 대폭 줄었고, 아파트 전세가 하락하자 임대차 수요가 아파트로 먼저 쏠려 비아파트는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파트 전셋값이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라 수요가 비아파트로 쏠리기 전까지 이런 침체 상황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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