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월령 마을 차량 화재, 진짜 자살이었나…CCTV 속 의문의 남성은?

입력 2023-09-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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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그날의 화재는 자살일까 타살일까.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여름밤의 화염과 사라진 일주일’ 편으로 월령마을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를 집중 조명했다.

2009년 8월 5일 9시 55분, 군산시 개정면에 있는 월령마을 삼거리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발생 10분 만에 진화됐지만, 차량에 탑승해 있던 운전자는 사망했다.

사망자는 건설 현장에서 펌프카 사업을 하던 35세의 이중선 씨였다. 그는 며칠 전 가족으로부터 실종 접수가 되어 있던 상태였다. 차량이 발견된 월령마을은 그의 고향이었다.

119 초기 조사 결과 화재 원인은 엔진 과열로 추정되었으며 발화 지점, 요인 등은 모두 미상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차량 뒷좌석에서 플라스틱 농약병이 발견되었고, 또 시트 조각에서 휘발유 성분이 발견되면서 경찰은 해당 사건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중선 씨가 3500만원의 빚이 있었던 점, 사고 다음 날 중선 씨의 큰 형이 해당 빚으로 중선 씨가 힘들어했다는 증언 등을 듣고 사건을 자살로 종결했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은 중선 씨가 절대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펌프카 특성상 대출을 받아 구매해야 했기에 그 정도의 빚은 당연했고, 집안 사정상 그런 집을 갚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다.

사고 20일 뒤 부검 결과가 나왔지만, 중선 씨의 혈액에서는 농약, 수면제 등 약물 반응이 없었고 알코올도 발견되지 않았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화재로 사망했다는 소견도 나왔다.

제작진은 사고 당시 중선씨의 행적을 되짚었다. 특이한 점은 중선 씨가 평소 가지 않던 충전소를 찾았다는 것. 또한 서울에 살던 중선씨가 전혀 연고가 없는 광주 소재의 노래방에서 18만원을 결제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낮 중선 씨의 핸드폰은 남양주의 한 호주 인근에서 신호가 잡혔다. 그리고 그날 오후 중선 씨는 또 군산을 향해 달렸다. 하루 사이 광주와 남양주, 군산을 오간 것이다.

또한 특이한 점은 CCTV에서도 발견됐다. CCTV 속 잡힌 중선 씨 차량의 운전자가 중선 씨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족들의 주장이었다. CCTV 속 운전자는 시계를 차고 있었지만, 중선 씨는 평소 그런 것을 절대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제작진은 차량 화재 실험을 통해 앞 창문이 열린 채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비슷한 조건이었지만 실험 차량에서는 실제 차량과 달린 엔진 부근은 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실내와 엔진룸이 동시에 탈 수는 없다. 인화성 액체를 뿌리지 않고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붙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화재 당시 운전석 외 엔진룸에도 휘발유가 뿌려졌을 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자살은 생존 본능을 스스로가 거스르고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그래서 고통이 덜한 방법을 가장 많이 택한다. 죽음은 택하고 싶지만 고통은 피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다”라며 “가끔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보여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정신의학 전문가 역시 “분신자살은 그것 자체로도 의미를 가진다. 상당히 강렬하고 공격적인 메시지다. 그런 사건에서는 그런 메시지가 보이지 않다”라며 “고인은 정신질환이 추정되지도 않는다. 자살로 사망했을 거로 고려되는 정신의학적인 근거는 상당히 부족하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당시 화재 사건을 조사한 보험관계자는 중선 씨 차 안에 또 다른 사람이 타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현재 10가구가 남은 마을에서 14년 전의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은 남아 있지 않았다.

중선 씨는 사라지기 전 자신의 집 컴퓨터에 좋아하는 게임을 자동모드로 켜놓고 나갔다. 당시 함께 게임하던 유저는 중선 씨로부터 ‘광주로 사람을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중선 씨에게 게임 케릭터를 판매한 이는 중선 씨가 남긴 메모를 보자 “그분의 동선이 이해된다. 이분이 게임을 한두 개 한 게 아니다. 거래를 진짜 많이 하셨다. 그래서 그렇게 돌아다녔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저는 “그분이 현찰 거래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때는 현찰 거리가 많았다. 그때는 캐릭터 죽이는 사람이 많았고 그로 인한 현피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현피란 게임 내에서 발생한 어떠한 실로 인해 실제로 만나 싸움을 벌이는 행위다.

실제로 중선 씨 사망 후 한달 뒤 누군가 중선 씨의 게임 계정에 접속해 아이템을 판매한 정황이 있었다. 다만 14년 전 기록으로 단서를 찾을 순 없었다. 유가족들은 당시 중선 씨의 차에 두 명이 차고 있었고 또 중선 씨가 광주에 방문했다는 기록으로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재수사 역시 자살로 종결됐다.

전문가는 “만약 이 사건을 처음부터 강력 사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했다면 수사해야 할 대상을 다 만나도 따져보고, CCTV 확인도 하고 통신 수사, 탐문 수사도 했을 거다”라며 “그랬다면 설사 자살이라고 해도 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확보 됐을 거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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