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집값 통계…무용론 번지나[집값 통계 이대로 좋은가①]

입력 2023-0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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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통계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공공기관과 민간 통계와의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는데 감사원이 주간 아파트값 통계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통계 산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9월 둘째 주(11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보다 0.02%포인트 오른 0.09%를 기록했다. 7월 셋째 주(17일 기준) 0.02%로 반등한 후 9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5월 넷째 주(22일 기준) 0.03% 상승을 기록하며 플러스로 전환한 뒤 17주 연속 오름세를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값은 최근 두 달, 서울은 넉 달째 올랐고 점점 상승세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민간통계를 보면 이런 흐름에 의문이 생긴다.

대표적인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주간 조사에서 전국 집값은 8월 둘째 주(14일 기준) 0.01%로 반등했고 이후 4주간은 상승률이 0.02~0.03%에서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원과 비교해 오름세로 돌아서는 시점이 한 달가량 늦었고 현재 오름폭은 3분의 1~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원 통계가 반등했던 5월 넷째 주 KB부동산 조사로는 서울 아파트값이 0.11% 하락했다. 이후에도 내림세가 이어지다 8월 둘째 주(14일 기준) 0.03%를 기록하며 오름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원보다 2달 이상 반등 시점이 늦고 그 폭도 작다.

두 지표 간 차이는 감사원의 발표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서울 집값은 부동산원 기준으로 19.46% 올랐고 KB부동산 통계로는 62.2% 상승했다. 한 곳은 10억짜리 집이 5년 만에 12억 원이 됐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16억 원이라고 하는 셈이다.

두 지표는 조사 방식이 달라 어느 정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은 실거래가가 있으면 이를 검토한 뒤 반영하고, 실거래가가 없으면 같은 단지나 인근단지의 비슷한 사례를 활용해 조사원들이 표본가격을 산정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조사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KB부동산은 실거래가는 그대로 반영하고 실거래가 없으면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 조사를 통해 호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외국의 경우 호가 조사, 실거래가 조사를 별도로 반영한다. 영국은 주택 구매 단계별 가격과 이에 따른 지수를 보여주고, 미국은 3개월 기준으로 최소 2번 이상 거래된 주택을 활용해 지수를 산출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주장과 관계없이 집값 통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의 흐름이나 추세를 보려면 기간이 최소한 한 달 정도는 돼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내용도 단순히 실거래가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공시가와 실거래가의 장단을 보완할 방안을 고민하고 이상 거래는 제외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간 단위 통계를 없애고 월 단위 이상으로 발표하되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주간 통계도 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통계의 표본은 3만2900가구로 KB부동산 6만2220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원의 표본은 2021년 6월 이전까지 9400가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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