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열이 안 떨어져요

입력 2023-09-20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밤새도록 열이 안 떨어졌어요. 계속 38도에서 39도를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약이 약한 거 같아요.” “요새 아이들 열감기가 이상하게 열이 잘 안 떨어지네요. OO만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링거를 맞고 있는 아이들,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모두가 다 같은 증상으로 온 겁니다.” “배도 아프다고 하고, 어젠 한번 토했어요. 배는 왜 자꾸 아프다 그래요? 아무래도 약이 문젠 거 같아요.”

이럴 때 나는 아이의 배를 꾹꾹 누르며 “엄마 여기 보세요. 아이가 배를 아파하는 거 같아요? 얼굴 표정을 보세요. 어때요? 아픈 표정인가요?” “배가 아프다면 내 손을 치우려 한다거나 얼굴을 찡그릴 겁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죠? 아무렇지도 안잖아요? 배에 이상이 있어 아픈 게 아니라 열이 많아서 아픈 거고 토하는 거도 마찬가지에요. 약을 더 먹고 며칠 더 가야 합니다.”

요즘 진료실에서 환자 보호자들과 주로 나누는 대화다. 한 달 전 칼럼 제목이 ‘8월에 독감’이었는데 9월인데도 여전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고열을 주 증상으로 내원하고 며칠이 가도 열이 잘 안 떨어진다. 심지어 낮에 진료를 받았는데 밤에 더 심해져 응급실에 갔다 왔다는 환자도 많다.

검사를 했는데도 별 이상이 없었다고 하고. 사실 소아청소년과 영역에서 가장 쉬운 치료가 열감기다. 약을 먹거나 링거 치료를 받으면 바로 좋아지니까. 그런데 이번엔 아니다. 참 모질다는 생각이 든다.

헌데 주변을 둘러보면 모진 게 어디 감기뿐인가 싶다. 컵에 담긴 물을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반이나 남거나 반밖에 안 남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해도 갈수록 모질어진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여야정쟁, 빈부격차, 기후변화, 교육계와 종교, 북핵문제 등 어디 하나 모질지 않은 곳이 있던가. 아무리 모질다 해도 아이들 열 감기는 열심히 치료하면 낫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난치병 내지는 불치병 같아 진료실 창밖을 바라보며 걱정만 하고 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신라면·빼빼로·불닭까지...뉴욕은 지금 K푸드 앓이중[가보니(영상)]
  • 수험생 정시 입결 활용 시 “3개년 경쟁률·충원율 살펴보세요”
  • 트럼프, 2기 재무장관에 헤지펀드 CEO 베센트 지명
  • 송승헌ㆍ박지현, 밀실서 이뤄지는 파격 만남…영화 '히든페이스' [시네마천국]
  • 강원도의 맛과 멋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단단단 페스티벌' 外[주말N축제]
  • 野, 오늘 4차 주말집회…‘파란 옷, 깃발 금지' 먹힐까
  • '위해제품 속출' 해외직구…소비자 주의사항은?
  • “한국서 느끼는 유럽 정취” 롯데 초대형 크리스마스마켓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5,759,000
    • -1.35%
    • 이더리움
    • 4,735,000
    • +3.27%
    • 비트코인 캐시
    • 708,500
    • +4.19%
    • 리플
    • 2,065
    • +2.38%
    • 솔라나
    • 355,300
    • +0.45%
    • 에이다
    • 1,463
    • +7.65%
    • 이오스
    • 1,069
    • +5.11%
    • 트론
    • 297
    • +6.45%
    • 스텔라루멘
    • 712
    • +60%
    • 비트코인에스브이
    • 97,550
    • +4.22%
    • 체인링크
    • 24,420
    • +14.11%
    • 샌드박스
    • 590
    • +17.0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