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식량·에너지·어린이까지 무기화…어린이 납치는 인종 말살”

입력 2023-09-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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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연설서 국제사회 지원 요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략 및 식량·에너지 무기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국제사회에 단결과 지원을 요청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연단에 직접 오른 것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총회에는 화상 연설로 참석을 대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식량, 에너지, 원자력 발전소, 어린이 등 모든 것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는 수만 명의 어린이를 납치했다. 이 어린이들은 가족과 완전히 단절된 채로 우크라이나를 증오하도록 교육받고 있다”며 “이는 분명한 인종 말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관련 증거가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해당 혐의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인정받고자 전 세계에서 식량 부족을 무기화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위험과 관련해서도 “핵에너지까지 무기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여러분의 국가까지 대상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세계를 최종 전쟁으로 몰아가려는 데 반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이 끝난 뒤 그 어떤 나라도 다른 국가를 공격하는 일이 없게 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침략자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전쟁 범죄는 처벌돼야 한다. 추방된 이들은 다시 돌아오고 점령된 땅은 반환돼야 마땅하다. 국제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를 외치며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지난해 화상 연설이 러시아의 범죄 고발과 처벌 촉구에 집중했다면, 이번 연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양국 간 대결이 아닌 세계와 러시아 간의 싸움이라고 강조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반을 지나가면서 국제 사회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전쟁 영향으로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경제 여건이 나빠지고 있으며, 조기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평화 공식’을 최초로 공개했다”며 “140개 이상의 국가 및 기관이 전폭 및 부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일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출석해 유엔 헌장 하에서의 평화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각국의 찬성을 얻기 쉬운 환경 문제도 거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류가 기후변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러시아가 대규모 전쟁을 일으켜 수만 명을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재해 대응이 러시아에 의해 지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가 일방적으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견해를 불식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각국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인상을 주려는 목적이 이번 연설에서 나타났다는 평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안보리 정상급 회의에 참석하고, 각국 정상과도 개별적으로 만나 다시 한번 지원을 호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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