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밤나무꿀로 면역력 높인다…독감 바이러스 감염 62% 억제

입력 2023-09-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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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키누렌산 성분 효과 입증…특허출원해 건강기능식품 소재 활용

▲국내산 밤꿀.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내산 밤꿀.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내에서 생산되는 밤꿀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과 치료식 등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국내산 밤꿀이 선천적인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밤꿀은 6월 중순에 생산되는 벌꿀로 진한 갈색을 띠며 강한 향과 약간의 쓴맛이 특징이다. 예부터 피로 해소에 좋고 항균 효과가 뛰어나며 기관지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져 민간에서 많이 이용됐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밤꿀 생산량은 2004톤으로 국내 벌꿀 생산량의 약 8.63%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치료제는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약물 위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내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면서 자체 면역력을 높여주는 예방 목적의 식품이나 의약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독감 등 감염병의 유행으로 건강과 면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면역 관련 식품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협회 추산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 원에서 2020년에는 2배 이상인 4조9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농진청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최창기 박사 연구팀과 함께 국내산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연구했다.

우선 면역세포를 이용한 실험 결과, 밤꿀이 사람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독감 유형인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을 62.2%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꿀을 먹이지 않고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쥐는 감염 후 6일 만에 모두 죽었지만 2주간 매일 국내산 밤꿀을 먹인 쥐는 60%가 생존했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는데, 밤꿀 처리군의 경우 무처리군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체중 감소도 17.3% 완화됐다.

또 밤꿀을 먹인 쥐의 혈청과 면역세포 생성 조직인 비장에서 각각 인터페론 베타(IFN-β)의 발현, 선천면역을 담당하는 혈액 속 백혈구의 일종인 NK 세포 활성을 평가한 결과, 인터페론 베타는 4.3배, NK 세포 활성은 4.6배 증가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단백질이 발현되고 폐 조직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 폐 무게가 늘어난다. 하지만 2주간 밤꿀을 먹은 쥐는 정상 쥐와 비슷하게 폐 무게가 감소했으며 폐 조직의 염증 수치도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밤꿀이 선천 면역 인자인 인터페론 베타 발현과 면역세포인 NK 세포의 활성으로 기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반응을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효과는 밤꿀 속에 함유된 '키누렌산(kynurenic acid)' 성분에 의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키누렌산은 밤꿀 1㎏당 1168㎎이 들어있다. 벌꿀 생산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까시꿀을 포함해 다른 꿀에선 키누렌산이 거의 검출되지 않아 키누렌산을 밤꿀의 지표 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연구진은 국내산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면서 일반 식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치료식(메디푸드) 등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농진청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에 논문으로 게재하고, 면역기능 증진용 조성물과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로 특허출원했다.

이상재 농진청 농업생물부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검증하고 유효성분을 밝혀 우리 밤꿀을 다양한 소재로 활용할 기반을 만들기 위해 수행됐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밤꿀 소비가 늘어나고, 양봉 농가의 소득이 증대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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