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디지털 시장법’으로 전운 감도는 EU

입력 2023-09-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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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등 빅테크 순기능 많지만
불공정 관행으로 시장경쟁 훼손
‘과도한 시장지배’ 견제 불러와

9월 6일 유럽연합(EU)은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6개의 거대 기술기업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했다. 게이트키퍼는 온라인 검색 엔진, 앱 스토어, 메신저 서비스와 같은 소위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다.

이번 발표는 2022년 11월 1일에 발효되어 올해 5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 Act)에 근거한 것이다. DMA는 디지털 시장을 보다 공정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한 EU의 법안이다. DMA는 디지털 시장에 경쟁 친화적인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 2020년 12월 EU 집행위원회가 처음 제안했고, 2022년 9월 14일 유럽의회와 이사회에서 채택되었다.

게이트키퍼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다수의 서비스기업과 다양한 시장 이용자를 연결하는 관문(Gateway)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에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6개 게이트키퍼 기업은 알파벳,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이며 이들이 제공하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는 총 22개가 지정됐다. 당초 삼성의 인터넷 브라우저도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게이트키퍼 심사 대상이었다.

그러나 삼성을 포함해 일부 기업은 자사의 플랫폼 서비스가 관문으로서의 자격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충분히 정당한 근거를 제시했다. 그런 주장이 받아들여져 삼성은 이번에 게이트키퍼 명단에서 빠졌다.

이들 게이트키퍼가 제공하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다방면의 서비스에서 많은 기업과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불공정한 관행은 플랫폼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훼손하기도 한다. 또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사용자 간의 상당한 의존성과 잠금 효과는 거래 관계의 공정성을 위협한다. 그러한 불공정한 관행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규제의 정당성이 부여된다. 그런 차원에서 DMA는 디지털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부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게이트키퍼는 DMA 의무와 금지사항을 준수하기 위한 6개월의 시간을 갖는다. DMA는 게이트키퍼가 이용자에게 불공정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디지털 서비스 시장의 경쟁과 개방성을 보장하도록 요구한다. 게이트키퍼는 DMA 규정에 따라 이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자유를 제공해야 한다. 규정 준수를 위한 의무를 다하고 입증하는 것은 게이트키퍼의 몫이다.

EU 당국은 의무의 이행과 준수를 모니터링한다. 게이트키퍼가 DMA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당국은 회사의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반복적 위반의 경우 최대 20%까지 벌금이 상향된다. 심각한 위반이면 사업을 매각하거나 인수와 합병을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다.

DMA의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기한인 2024년 3월이 가까워지면 유럽 당국과 거대 기술기업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거대 기술기업들이 유럽의 새로운 규제를 얌전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도 포착된다. 실제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iMessage와 Bing을 DMA의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한 것에 반론을 제기했다. 두 기업은 해당 서비스가 핵심 플랫폼 서비스 자격을 갖추기에는 정량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Bing과 iMessage는 22개 핵심 플랫폼 서비스의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EU 집행위원회는 두 기업의 주장에 대해 추가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EU 당국은 디지털 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계속해서 더 많은 게이트키퍼를 지정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거대 기술 기업과 플랫폼 서비스가 심사를 거쳐 목록에 추가될 예정이다. 또한 기존 게이트키퍼가 계속해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소 3년을 주기로 지정을 재검토한다. 이번 법안의 획기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DMA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거대 기술기업이 휘두르는, 통제되지 않는 시장 지배력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는 국가들도 DMA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DMA 법안이 유럽과 세계 온라인 시장의 자유와 혁신을 위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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