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폭력의 일상화’ 차단 나서야

입력 2023-09-22 06:31 수정 2023-09-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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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아카데미 영화상 중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동시에 거머쥔 ‘기생충’이라는 영화일 것이다. 아카데미상 역사상 미국영화가 아닌 외국영화가 작품상 등 주요 상을 휩쓴 예는 1969년 제41회 시상식 때 작품상·감독상·미술상·음악상·음향믹싱상을 받은 영국의 영화 ‘올리버’가 있었지만 제3세계권 영화가 주요 상을 다수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미국 이외의 나라는 외국어영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장편영화상만 받을 수 있었는데 아카데미상의 문호가 개방된 덕을 우리가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 아카데미상 수상은 월드컵 4강에 오른 것만큼 우리의 국격을 높인 쾌거라고. 어떤 이는 또 이렇게 말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의 세계 4위와 2018년 평창올림픽 때의 세계 7위와 맞먹을 정도로 국위를 선양한 것이라고. 일리 있는 말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폭력성에 대해 언급한 기사나 평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정말 끔찍한 살상 장면이 화면을 가득히 피로 물들이지 않았는가.

세계 몇 억이 봤다고 하는 넷플릭스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다. 사람 목숨이 살충제를 뿌린 세상의 파리 목숨이다. 그 드라마는 사람 죽이는 것이 게임이 된 끔찍한 세상을 보여주었다. 김기덕의 영화는 어땠는가. 해외에서 크게 평가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 박찬욱 감독의 ‘박쥐’ 등의 공통점은 폭력성이다. 사람이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인다.

이런 영화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수많은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람이 사람을 예사롭게 죽이는 장면을 얼마나 많이 보아 왔던가를 얘기하고 싶다.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을 당해 복수를 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일본의 만화가 원작이다. 쓰치야 가론과 미네기시 노부아키의 만화니까 그렇다 치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살인은 이유가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정도 이유로 살인을 한다면 이 땅의 빈번한 ‘묻지 마’ 살인조차도 다 이유가 있다. 평범한 시민이 살해당하는 장소가 산책길이고 지하철역이다. 공공장소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청소년들을 게임중독자와 은둔자(히키코모리)로 만드는 것의 주된 이유가 게임이라고 한다. 게임은 대부분 폭력, 폭파, 살상, 살인, 총기 사용 등으로 진행된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는 안중에 없다. 강아지 한 마리도 배가 고프면 낑낑거리며 보채는 생명체다. 모기 한 마리가 앵 소리를 내며 방 안에서 돌아다니면 죽여야지 우리 인간은 잠들 수 있지만 지금 이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사상은 문제가 있다. 내 목숨이 소중한 만큼이나 다른 존재의 목숨도 소중하다. 별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끔찍하게 복수를 하고, 욱하는 성미를 못 참아 사람을 죽이는 일이 빈발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좀 따뜻한 드라마, 홈드라마, 휴먼드라마 이런 것도 보고 싶다. 작가와 연출자는 더 자극적인 장면, 더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어야지 흥행에 성공한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는 감동이나 공감의 미덕을 잊어버렸다. 이제는 인간의 체온이 느껴지는, 체취가 풍기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싶다. 티브이 뉴스 시간에는 모자이크되어 나오는데, 잔혹한 살해 장면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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