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를 용성진(사법연수원 33기) 부장검사가 맡아 새롭게 지휘한다. ‘특수통’ 출신인 용 공조부장은 ‘KT 일감몰아주기’와 ‘건설업계 감리 담합’ 등 대형사건 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수통’ 출신인 용 공조부장을 비롯한 검찰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가 25일자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부부장검사와 평검사 인사도 소규모로 이뤄진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기업의 공정거래 사건을 넘어 기업 총수의 횡령·배임 수사까지 굵직한 사건으로 범위를 넓히며 재계 저승사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검찰 인사에서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신임 공정거래조사부장일 수밖에 없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용 부장검사는 2007년 대전지검에 초임 검사로 부임한 뒤 부산지검,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등을 거쳐 2019년 부장검사로 승진했다.
용 부장검사는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에서 활약했고, 2019년에는 임관혁(26기) 당시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서 두 달 간의 수사기간 동안 사건 관계자 20명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용 부장검사는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성향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거나 고집하기 보다는 주변 인물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편으로 수사 검사의 의견을 경청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공정거래조사부에서 평검사 또는 부부장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과거의 공조부장들과 달리 용 부장검사는 공정거래조사부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수통 출신으로 그간 수사에서 성과를 보여 온 만큼 공정거래 사건 처리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특히 용 부장검사는 ‘검찰 2인자’ 신자용(28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신뢰하며 가깝게 지낸다는 전언이다.
직전 공조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는 그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기 전 선제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주도적인 수사를 진행해 왔다. 용 부장검사 역시 이같은 기조를 이어받아 기업 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겠냐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용 부장검사는 이 부장검사가 이끌던 사건을 이어가야 한다. ‘삼성생명-아난티’ 사건은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처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8~9월 중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사건 일부를 다시 다듬으며 기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우암건설-한국타이어’ 사건은 이미 재판으로 넘어갔지만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사 비리’ 부분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재수사‧기소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수년 전 태광그룹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공정거래조사부는 이 전 회장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대법원이 공정위-태광그룹의 행정소송에서 ‘이 전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려 다시 재수사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공정거래조사부가 최근 공정위로부터 이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고 새로운 형사 사건번호도 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 부장검사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조사부는 구현모‧남중수 전 KT 대표와 관련한 ‘KT 카르텔’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 앞서 횡령 혐의를 받는 황욱정 KDFS 대표를 재판에 넘기며 어느 정도 수사를 진행했지만, 사건 규모가 상당한 만큼 용 부장검사가 향후 많은 부분을 지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감리 담합 사건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는 단계로 수사가 한창이다. 애플의 ‘수수료 갑질’ 사건은 고발인 조사를 실시했고 호반그룹의 ‘벌떼입찰’ 사건은 초기 단계로 알려졌다.
공조부와 합을 맞추는 대검찰청 반부패3과장에는 김민아(34기)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반부패3과는 공정위와의 협력 관계와 체계를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대검찰청 예규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및 수사절차에 관한 지침’을 다듬어 리니언시 지침을 재정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