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본회의…최종 문턱에서 경제 법안 '올스톱'

입력 2023-09-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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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도부 총사퇴’로 25일 본회의 사실상 무산
보험업법·UAM촉진법 등 경제 법안 표류 불가피
노봉법·방송3법 해소 못한 정쟁 요소도 여전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초유의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붕괴하면서 국회 입법 기능이 다시 마비됐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민생과 직결된 법안 처리도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재구성될 때까지 미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국회가 정상화 될 때까지 대법원장 임명도 불가능해져 사법공백까지 예견된 상태다. 국회가 국가의 정상운영을 발목 잡는 ‘민폐 권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위해선 의사일정과 상정 안건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간 합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25일로 잠정 예정돼 있던 본회의 개최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개최는 전적으로 민주당에 달려있다. 민주당이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서 노력한다면 예정돼 있진 않지만, 10월 초 본회의를 열어서 100건에 가까운 계류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민주당이 당내 문제, 이 대표에 대한 신변 처리를 가지고 정치적 정쟁으로 끌고 간다면 10월 첫 주 본회의도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서를 남겼다.

본회의가 내달 말에야 개최될 거란 시각도 나온다. 야당이 원내대표를 선출한다고 해도 원내대변인 등 새 지도부를 새롭게 꾸려야 하고, 설상가상으로 내달 10일 국정감사까지 개시되면 본회의 개최가 당분간 힘들 거란 이유에서다.

본회의가 늦춰지면서 처리가 시급한 경제 법안들도 국회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당초 앞서 열린 21일 본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도심항공교통촉진법 등 주요 경제 법안들이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면서 무산됐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14년간 이어진 보험업계의 숙원과제이기도 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일단 가입자 편의가 극대화된다. 법·의원, 약국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들을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하게 된다. 즉, 보험 가입자가 필요서류 구비를 위해 병원을 재방문하거나 유료로 서류를 떼는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도 보험금 청구 시 사용되는 종이 문서 등이 줄고, 관련 인력과 서류보관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서 반기는 분위기다.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에도 제동이 걸렸다. ‘도심항공교통촉진법’(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21일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마찬가지로 처리되지 못했다.

UAM은 전기동력·저소음 항공기, 수직이착륙장 기반의 차세대 첨단 교통체계다. 2040년까지 전 세계 730조원, 국내 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산업이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관련 기본법이 속속 제정된 만큼, 우리나라도 늦지 않게 법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따라 도심항공교통촉진법에는 도심항공교통의 안전성 검증 등을 위한 실증사업구역을 지정하고, UAM 상용화 및 제도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시범운용지역을 선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각종 규제 특례도 포함됐지만, 처리 무산으로 국회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민간에서는 법률 체계의 부재로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조속한 촉진법 제정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UAM 민간협의체인 UTK(Uam Team Korea)에선 법 제정이 돼야 하위 법령 등 논의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이외에도 미래 양자산업 육성 추진전략이 담긴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 전환 등을 지원하는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등 다수의 굵직한 경제 법안들의 표류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아울러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 공개법과 유령 아동을 막는 출생통보제 등 주요 민생법안도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25일로 예상됐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도 미뤄지게 되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도 기정사실이 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민주당 원내 경선에 소위 친명(친이재명)계 중진 의원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등 야당이 ‘이재명 지키기’에 돌입한 만큼, 정국이 앞으로 더욱 얼어붙을 거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노란봉투법·방송3법이라는 정쟁 요소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노란봉투법 등 본회의 상정 여부는) 새로운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어떠한 색채를 가지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면서 “민주당이 또 노봉법이나 방송3법을 밀어부친다고 하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국회의장을 설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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