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늦었지만 반가운 ‘순직의무군경의 날’ 입법예고

입력 2023-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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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어제 ‘순직의무군경의 날’을 정부 주관 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규정을 개정하는 게 당면 목표라고 한다. 국가보훈부가 주관할 기념일 날짜는 4월 넷째 금요일이다.

행안부는 “순직의무군경들의 공헌과 희생을 기리고 호국정신을 계승·발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런 개정이라면 오늘 당장 이뤄져도 이르다고 할 수 없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복무하다 생명을 바친 군인, 경찰, 소방원을 기리지 않는다면 대체 누구를 기릴 것인가. 국가·국민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추모하고 유족 슬픔을 달래는 것은 마땅히 할 일이다. 이번 입법예고는 대한민국이 주요 7개국(G7) 반열을 넘볼 정도로 비약적 성장을 하고서도 진정 급한 데까지 아직 손이 미치지 못한 현실을 반증한다. 여간 안타깝지 않다.

대한민국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자유·민주·평등·생명·인권과 같은, 양도할 수 없는 인본적 가치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잣대를 통해 가치 충돌을 조율하는 법제도 비교적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가치나 제도도 안보와 안전을 책임지는 헌신과 희생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법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적 귀감이 되는 영웅을 받들고 기리는 전통과 시스템이 강대국일수록 확고하게 뿌리 내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에선 상이용사가 기차, 버스에 오르면 방송으로 이를 알리고 승객들이 박수로 예를 표하기 일쑤다. 미국만의 일도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이런 전통의 확립 여부에 따라 운명이 갈린 사례가 역사의 수레를 가득 메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 추념식에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고(故) 심정민 소령,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고 이형석 소방정, 남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 정두환 경감 등 순국·순직 영웅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영웅들의 사명이었다면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국가유공자들과 유족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다”고도 했다. ‘순직의무군경의 날’이 지정되면 대통령이 시사한 ‘보훈체계 강화’ 쪽으로 한 걸음 가까이 갈 수 있다. 크게 반길 일이다.

하지만 어찌해야 더 실효성 있는 제도를 구축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예산 배분에서부터 획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급히 돌아볼 것의 하나는 6·25 참전 용사들에 대한 허술한 대접이다. 정부가 지급하는 참전 수당은 월 39만 원이다. 정부는 20대 병장에게 ‘내일준비지원금’을 포함해 올해 130만 원의 월급을 준다. 2025년엔 ‘병장 봉급 205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실제 국가유공자인지 따져볼 여지가 있는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돈다발을 뿌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옛 군가대로 ‘맨주먹, 붉은 피’로 나라를 지킨 황혼기 용사들에겐 수전노처럼 돈을 아낀다.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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