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야당이 법원의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이재명 대표를 위해 ‘기각 탄원서’를 재판부에 전달하기로 한 데 대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의원과 보좌진, 시·도당 등 당 조직을 총동원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요구 탄원서 제출을 강요하고 있다. 또 구속을 대비한 석방 요구 결의안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면서 “참으로 참담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2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사의를 표명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168명 민주당 의원, 전국 17개 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에게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탄원 요청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조 사무총장은 “이 대표에 대한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며 “우리 당에선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의 뜻을 재판부에 전달하고자 탄원서 제출을 요청하는 바”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서 가결되면서 특권 없는 정당한 사법 절차가 진행될 수 있게 됐다”면서 “민주당 역시 이 대표의 개인적 사법리스크로부터 해방돼 공당 본연의 역할과 본분 되찾고 여당과 함께 민생 정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배신, 가결표 색출, 피의 복수와 같은 소름 끼치는 마녀사냥이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고 살인 암시글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라면서 “소속 의원들이 국회법이 규정한 비밀투표 원칙을 어기고 부결 인증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에선 오히려 방탄 분위기가 더욱 가열되고 있다”면서 “특히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법원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거들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제출을 요구했고, 지지자들 사이에선 100만 명을 목표로 하는 탄원서 연명 운동도 진행 중에 있다”며 “철저히 법리와 증거만을 따져야 할 영장실질심사에 대해 정치권이 집단의 힘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건 사법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심지어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할 판사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학 동기가 선정됐다고 주장했다가 사실무근의 가짜뉴스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검찰을 향했던 민주당의 가짜뉴스와 좌표찍기 공세가 이제는 법원을 표적으로 삼는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의원은 22일 KBS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검찰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영장전담 판사를 선택한 것”이라며 “그 선택된 판사가 하필이면 또 한 장관의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법무부는 해당 발언이 있고 하루 뒤인 23일 입장문을 통해 “김 의원이 '이재명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담당 판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라는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서 판사를 선택한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으나 명백히 거짓”이라고 했다. 이어 “한 장관과 김 의원이 언급한 판사는 대학 동기가 아니고 서로 일면식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장관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73년생으로 나이는 같지만, 학번은 각각 92학번, 93학번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또 “체포동의안에 ‘가결’을 투표한 의원들을 매국노, 친일파 등에 비유하며 찾아내 징계하거나 출당시켜야 한다는 위협 가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헌법 제46조와 국회법 제 114조의2에 반하는 비민주적 반헌법적 행태”라고 일갈했다.
이어 “더 황당한 건 당 최고위원이 배신자 색출 광풍에 겁먹고 ‘자기는 부결표를 던졌으니 제발 알아달라’는 읍소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재판은 법원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에 집중하라는 국민 뜻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금 헌법 부정, 자유민주주의 부정이 아니라 불법과 비리를 부정해야 할 때”라면서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재명 지키기로 애써서 강성 당원들 마음을 얻는다고 한들 국민들에겐 외면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