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확인은 해 보자고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이전에 봐 왔던 여성형 유방과는 다른, 엄연한 종물이 보였다. 물혹 같기도 했지만, 물혹 안에 자리 잡은 종물이 심상치가 않았다. 이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의뢰서를 써서 초음파 사진과 함께 상급의료기관으로 보내드렸다. 얼마 뒤 환자의 보호자한테서 들은 결과는 유방암이었다.
전체 유방암 중 남성 유방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0.5% 정도로 낮지만, 최근에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른 남성 유방암 환자 수는 2012년 48명, 2015년 539명, 2017년 616명, 2019년에는 711명으로 증가 추세다. 환자는 수술도 잘 됐고 주변 조직으로의 전이도 없어서 수술 외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 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됐다. 수술 받고 고생 많으셨다고 하자 남성 유방암 환자의 또 다른 고충을 털어놓으셨다.
수술 후 상처 부위 치료를 위해 진료를 보러 가면 죄다 여성 환자들뿐이라 민망하기가 그지없다는 것이다. 항상 아내를 대동하여 병원에 가서 진료실에 앉아있으면 당연히 아내가 환자이고 자기는 보호자로 따라온 걸로 다들 생각한다. 막상 치료실 안쪽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쭈뼛쭈뼛 일어나 들어가려 할 그때, 그제야 모든 시선이 자기에게 쏠리는 것을 느끼고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라고 한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큰 병을 초기에 발견해 잘 치료됐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창피함은 조금만 참으라고 같은 남자로서의 공감을 담아 말씀드렸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