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추락 원인’ 지목된 서울 학생인권조례...운명은?

입력 2023-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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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향한 “교권추락 원인·동성애 옹호” 등 목소리
서울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했지만 ‘조례 폐지 가능성’ 여전

▲지난 7월 27일 서울 중구 도시건축전시관 앞 인도에서 열린 서울 학생 인권조례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27일 서울 중구 도시건축전시관 앞 인도에서 열린 서울 학생 인권조례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후 폐지 여론이 높아졌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상정을 논의하던 서울시의회는 야당 소속 위원장이 여당 측 시의원 3명을 고소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학생인권조례 관련 논란을 돌아본다.

서울시의회·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두고 갈등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올 초부터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두고 갈등을 거듭해 왔다. 지난 2011년 서울시의회는 시민 11만4000여 명의 청구로 학생인권조례(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폐지를 요구하는 4만4000여 명의 주민 청구가 제출돼 김현기 시의장 명의로 조례 폐지안을 발의하고 교육위원회에 회부, 계류 중이다.

당시 조례 폐지 청구를 한 보수단체 측은 조례가 동성애와 동성혼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또, 조례 때문에 기초학력이 저하되고 교권이 무너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초학력 저하와 관련해 교육부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자료에서 2012~2016년 조례가 제정된 지역의 중학교에서 국어와 영어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률 평균치가 유의미하게 나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6월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 정례회의에 참여해 조례가 교권 추락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대해 “학생인권도 철저히 보호하고 교권도 확실히 보호하는 병행론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례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따라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동성애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을 하지 말자는 취지이며, 통상 말하는 것처럼 동성애를 부추기는 것과는 관계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학생인권조례 폐지” 목소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故)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故)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 7월 서울 서이초에서 담임교사가 사망하면서 교권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또다시 학생인권조례가 지적됐다.

사건 이후인 7월 2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도 같은 달 21일 “서울시민들은 지난 10년간 서울시교육청 공교육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평가와 함께 서울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등 서울교육의 모든 제도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공교육을 되살리고,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는 방안을 흔들림 없이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같은 달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활동 침해) 원인을 하나로 과도하게 단순화해 돌리지 말고 교원의 교육활동이 무참하게 훼손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11일 조 교육감은 호소문을 내고 “교육 공동체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학생인권조례는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일부개정안’ 나와...“폐지 가능성도 여전”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1일 학생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학생인권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원과 다른 학생 등 타인의 인권 침해를 금지한다는 등 내용이 개정안에 새로 담겼다. 개정안 제4조의 2에 ‘학생의 책임과 의무’ 조항에는 타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신체·언어적 폭력, 정당한 교육활동(수업 및 생활지도 등)에 대한 방해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공론화를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시의회에 제출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례가 폐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서울시의회 교육위에서 조례 폐지안이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입장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조례 개정안과 시의회 차원에서 나온 개정안 및 폐지안 모두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생인권조례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의 인권이든 더 보장하고 서로 존중해주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 학생 인권이 후퇴되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학생 인권을 너무 강조하다가 동료 학생과 교사의 인권마저 짓밟는 잘못된 결과가 초래됐다”며 “학생인권조례 안에 학생의 책임 규정을 대폭 강화해 인권 및 권리 주장 부분과 책임 부분이 같은 비중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제대로 된 인권조례가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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