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비심사’는 하나마나?…의외의 연구결과 나왔다

입력 2023-10-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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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국회 예산안 심사의 첫 단계인 ‘상임위원회 예비심사’가 실효성이 없단 오랜 지적과 달리, 예비심사가 정부 예산안 증·감액에 있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본지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상임위에서 진행한 예비심사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미의결될) 경우, 예산안이 증액될 확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성은 특히 국토교통위원회에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보좌진 및 관계자 사이에 퍼진 ‘예산안 예비심사의 역할이나 권한이 크지 않다’는 기존 인식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예정처는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미의결이 국회 예산심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담긴 간행물을 발간하고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상임위 예비심사’는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가장 먼저 각 상임위에서 선제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비심사는 △예산안의 상정 △소관 부처 장관의 제안 설명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 △ 대체토론 △소위원회 심사 △찬반 토론 및 전체회의 의결 순서로 진행된다.

이후 각 상임위가 예비심사보고서를 제출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해당 심사 의견을 참고해 예산을 깎고 더하는 ‘본게임’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러한 예비심사는 의장이 정한 심사기한을 넘길 경우, 예결위에서 예비심사 결과를 반영할 의무 자체가 사라져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관련해 예정처도 “국회의원 및 국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상임위원회 예비심사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긍정적으로 답한 국회의원의 비율이 약 44.54%, 국회사무처 직원과 국회의원 보좌직원의 비율은 각각 약 12.66%와 20% 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예정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비심사가 미의결된 상임위원회에 배정된 예산안 및 기금안은 최종적으로 증액될 확률이 약 2.7~2.9%p(1% 유의수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이다.

예정처는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상임위의 영향력이 미비하거나 부재하다면 예비심사 미의결이 국회 확정예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실증분석 결과 예산심의 과정에서 상임위원회(예비심사)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비심사의 영향력은 상임위별로도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국토위는 예비심사가 미의결될 경우 예산안이 증액될 확률이 약 8.4%p 감소하는 반면, 보건복지위원회는 반대로 감액될 확률이 1.9%p 증가했다.

예비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그 결과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국토위는 예산 증액 기회를 잃을 확률이 크고, 반대로 복지위는 예산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예정처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전통적으로 국토위는 증액 위주의 심사가 진행되고, 복지위는 방어적 성격으로 심사를 진행한다”며 예비심사가 가지는 영향력의 차이는 이러한 상임위별 성격에 기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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