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의 큰별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타계

입력 2023-10-03 16:21 수정 2023-10-0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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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신화’ 쓴 대한민국 제약산업 거목…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

동아쏘시오그룹 글로벌 종합 헬스케어그룹 도약 기틀 마련
국내 제약산업 발전·신약개발에 기여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평생 국민 생명과 제약산업에 헌신

▲강신호 회장이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투명사회협약 경제부문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2005년) (사진제공=동아쏘시오홀딩스)
▲강신호 회장이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투명사회협약 경제부문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2005년) (사진제공=동아쏘시오홀딩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헌신해 왔던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3일 별세했다. 국내 제약산업 발전의 기틀을 다지고 신약개발과 함께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그는 40년 넘게 동아쏘시오그룹을 이끌어 온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시작은 강 명예회장의 아버지 동호(東湖) 강중희 창업주가 1932년 설립한 강중희상점으로, 일제강점기를 거친 후 1949년 8월 9일 주식회사로 출범한 동아제약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경영혁신과 주도적 리더십으로 동아제약 이끌어

강 명예회장은 1927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강중희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나, 195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55년 서울대 의과대학원에서 내과 석사학위, 1958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의학박사를 받았다. 이듬해인 1959년 한국에 돌아와 동아제약에 상무로 입사했고, 회사의 경영혁신과 체질 개선 및 재건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동아쏘시오그룹에 따르면 당시 강 명예회장은 창립 후 처음으로 공개채용을 도입했고, 1961년 10월 2기 공채로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이후 ‘박카스 신화’ 창조에 크게 기여했다. 강 명예회장은 아버지 강중희 창업주 타계 이후 직원들에게 “동아제약은 우리 모두의 것이며 우리 모두가 동아제약의 주인이다. 우리가 기업의 관리자인 동시에 책임자라는 정신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1975년 2대 사장에 취임한 그는 창업주의 정신 ‘정의와 성실을 이어받아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을 계승하며 “앞으로 치료제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사업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 명예회장은 탁월한 작명가로도 유명하다. 1961년 정제로 시작해 1963년 현재의 드링크제로 자리잡은 ‘박카스D’의 이름도 직접 지었다. 그가 독일 유학시절 함부르크 시청 지하홀 입구에서 봤던 술과 추수의 신상 ‘바커스(Baccuhu)’가 60년 역사의 대표 제품의 이름이 됐다.

동아에스티 신약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Zydena)는 ‘연인의, 결혼의’라는 뜻의 라틴어 ‘Zygius’와 ‘해결사’라는 뜻의 ‘Denodo’를 합쳐 중년, 갱년기 부부의 성생활 문제를 풀어 주는 해결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동아오츠카의 청량음료 오란씨는 ‘오렌지’와 ‘비타민씨’를 조합해 나왔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는 스페인어로 전진을 뜻하는데, 강 명예회장이 이름을 지어 정몽구 회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카스F 루트카에 동승한 강신호 회장 (출처=동아쏘시오그룹 90주년 아카이브북)
▲박카스F 루트카에 동승한 강신호 회장 (출처=동아쏘시오그룹 90주년 아카이브북)

◇47년간 제약업계 1위 유지 비결은 “혁신과 집중”

강 명예회장은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우수한 효능의 의약품을 생산 공급해 질병 없는 건강한 사회건설에 이바지하고 국내 제약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애썼다.

그가 1961년 개발한 피로회복제 박카스는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허약해진 국민들을 구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카스는 출시 후 반세기가 넘는 지금까지 줄곧 힘들고 지친 국민들의 피로회복제가 되어주고 있고, 박카스 광고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피로한 생활에 활력을 북돋아 주고 있다.

박카스는 1963년 현재의 병 모양으로 재 출시된 지 1년만에 드링크제 시장에 1위를 차지한 이후 매년 급신장을 거듭했고, 1967년 이후 지주사(동아쏘시오홀딩스) 전환으로 동아제약이 분할되기 전인 2013년까지 47년간 국내 제약업계 1위 기업으로 부상하는 원동력이 됐다.

(출처=동아쏘시오그룹 90주년 아카이브북)
(출처=동아쏘시오그룹 90주년 아카이브북)

지난해 국내외 연간 매출 3502억 원 기록한 박카스는 2021년까지 국내 누적 5조6000억 원 매출에 222억 병이 넘게 팔렸다.

강 명예회장은 박카스 성공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에 많은 힘을 쏟았다. 1977년 제약업계 최초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했다. 1988년엔 경기도 용인에 신약의 안전성 실험할 수 있는 우수 연구소 관리 기준(KGLP) 시설을 갖춘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신약개발 연구소를 세웠다.

또 1991년 최초로 합성한 아드리아마이신 유도체 항암제 DA-125는 199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내 최초 임상시험용 의약품으로 승인받아 국내 신약개발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2006년 글로벌 신약 개발 신경영 선포를 통해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은 신약 개발”을 선언하고, 동아쏘시오R&D센터를 준공하며 동아쏘시오그룹의 신약개발 생산성과 경쟁력을 국제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이후 2013년 국내 치매치료제 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국내 제약업계 최초의 치매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신약개발 전문 계열사 동아에스티는 국내 최초 세계 네 번째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와 슈퍼 항생제 ‘시벡스트’로 정제와 주사제, 당뇨병치료제 ‘슈가논’까지 개발하며,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R&D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사회책임경영 실현

국민 생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강 명예회장은 1994년 그룹의 명칭을 동아제약 그룹에서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변경했다. 쏘시오(SOCIO)는 ‘사회’라는 의미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그가 회사 경영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제품 개발과 우수 인재 확보였다. 그는 전문지식과 소양만 있다면 교육을 통해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울 수 있다고 믿었다. 1959년 1기 공기채용 시작에 이어, 1980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경기도 용인시에 인재개발원을 건립했다.

이에 강 명예회장은 평소 “기업의 제1의 목표는 이윤의 추구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기업은 사람에게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신뢰하고 맡기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공채 제도가 이어지면서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까지 119기의 신입사원을 채용했고, 임직원들의 정기교육과 역량개발 지원을 통해 인재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1998년 제1회 대학생국토대장정에 참가한 강신호 명예회장 (사진제공=동아쏘시오홀딩스)
▲1998년 제1회 대학생국토대장정에 참가한 강신호 명예회장 (사진제공=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 사회공헌 활동으로는 강 명예회장이 1987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수석문화재단이 꼽힌다. 재단은 장학사업과 평생교육 사업, 교육복지 사업 등을 후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전경련 부회장 겸 사회공헌 위원장으로서 활동해 오던 2001년 3월, 기업 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자는 취지로 창설된 1% 클럽의 발족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을 맡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끌었다.

특히 1998년부터는 외환위기(IMF 구제금융)로 시름하는 대학생들에게 희망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고자 박카스 대학생국토대장정을 실시했다. 국토대장정에는 22회까지 총 3143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2004년부터는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청소년 환경사랑 생명사랑 교실을 실시하며 사회 증진에 기여했다.

강 명예회장은 봉사를 생활신조로 경제, 사회, 과학,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폭넓게 활동하며 대한민국 경제 부흥에 기여했다. 한국제약협회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대한적십자사 대의원, 한중민간경제협의회 부회장, 상주고등학교 재단 이사장 등을 맡았다.

그는 사회 발전의 공을 인정받아 과학기술 분야 최고 훈장인 ‘창조장’을 수훈했고, 독일 정부에서 수여하는 ‘일등십자공로훈장’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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