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최고’ 美 국채금리에 우는 개미[고금리 뉴 노멀]③

입력 2023-10-04 15:51 수정 2023-10-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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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 올해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 1.3조 사들여
미국 증시 순매수 종목 1위 기록…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3.6% 하락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 연 4.8% 상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만 가장 높은 수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5%대 진입 가능성 열려…리스크 관리 중요”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한국예탁결제원)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한국예탁결제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채권개미(개인 채권 투자자)’들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금리 인하에 베팅하며 미국 장기채를 대거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의 평가 손실이 커지고 있다.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설 거란 기대감과 달리 재차 고개를 든 인플레이션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 될 거란 예측이 우세해진 탓이다. 증권가에선 미국 국채금리가 추가 상승해 5%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나설 것을 조언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달 28일 트레이더들이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달 28일 트레이더들이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로 집계됐다. 순매수 규모는 9억6528만 달러(약 1조3134억 원)다.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는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로 구성된 지수(ICE US Treasury 20+ Year Bond Index)를 3배로 추종하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해당 ETF는 올해 초 9달러대에 머물던 가격은 최근 4.3달러대로 거의 반토막 났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43.6% 가량 내렸다. 특히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특성 상 낙폭이 커지면서 손실액은 더욱 불어난 모습이다.

올해 투자자들은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국 국채를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도 2억8821만 달러 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바이라이트(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BUYWRITE)는 2억6062억 달러를 순매수해 5위로 집계됐다. 해당 ETF들은 올해 1월 108달러를 기록했던 주가는 올해 약 14.6% 가량 내린 상태다.

(출처=한국예탁결제원)
(출처=한국예탁결제원)

‘채권 개미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미국의 장기채 투자에 대거 뛰어들었으나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비례하는 만큼 기준금리가 하락할 경우 장기채 ETF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때는 투자금 회수 기간(듀레이션)이 긴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자본차익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어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렸다. 그러나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대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일(현지시간) 연 4.8%를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예상과 달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 될 거란 예측에 무게가 실린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긴축 장기화를 시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5%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추가 가능성이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을 조언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급등은 ISM 제조업과 JOLT 같은 양호한 경제지표와 이를 기반한 연준인사들의 매파성 발언 지속, 셧다운 위기를 이연시킨 45일짜리 임시예산안 통과 등이 더해진 결과”라며 “주요 기관들이 의미있게 보았던 4.3% 이전 고점이 깨진 이후 4.5%에서 상단지지를 확인하려 했으나, 단숨에 무너진 이후 투자심리 급격히 위축되며, 일부 채권 비관론자들이 언급한 5%대 금리상승 인식이 급격하게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 만기 미국채가 4.8% 상단을 테스트하면서 5%대 진입 가능성도 열렸다”며 “그럼에도 2년 만기 미국채가 5.1%에서 머무르고 있고 10년 만기 미국채가 사상 최대 숏 포지션이 구축된 점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대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증시는 추석연휴를 포함한 지난주 임시 예산안 가결, PCE 물가지수 상승률 둔화 확인에도 고금리로 인한 하방 압력에 하락 마감했다”며 “지난 4월과 달리 현재의 매크로 환경은 증시에 다소 비우호적이며, 이러한 환경 속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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