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몰린 두산로보틱스, 첫 ‘따따블’ 주인공 되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3-10-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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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타이징 작업을 수행 중인 H시리즈. (사진제공=㈜두산)
▲팔레타이징 작업을 수행 중인 H시리즈. (사진제공=㈜두산)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두산로보틱스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합니다.

지난달 21~22일 청약을 마친 두산로보틱스는 내일(5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이틀간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7개 증권사에 접수된 청약 건수만 149만6346건으로 경쟁률이 524대 1에 달했고, 증거금은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인 33조1093억 원을 모았죠.

이후 서울보증보험 등 11곳이 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인 만큼, 두산로보틱스가 쏘아 올린 공모 열풍이 이어질지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이에 앞서 눈길을 끄는 건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당일 주가입니다.

IPO 과정에서 산정한 공모가가 저렴하다는 평가와 함께 상장 첫날 공모가의 400%를 기록하는 ‘따따블’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가 하면,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그간 ‘대어’들이 보여준 상장 첫날 기록과 두산로보틱스의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묻지마 따상 → 침체기 이어온 IPO 시장

IPO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2021년 상장한 주식들은 대체로 상장 당일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크게는 거래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돼 상한가를 찍는 ‘따상’이나 따상 다음 날 또 상한가를 찍는 ‘따상상’을 기록하기도 했죠.

백신 전문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3월 18일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6만5000원)의 두 배에 형성된 후 장이 열린 지 2분 만에 상한가(16만9000원)로 직행, 따상을 기록했습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4조9725억 원이었지만, 이날 따상 성공으로 시총은 12조9285억 원으로 늘었죠.

이 밖에도 레인보우로보틱스, 일진하이솔루스, 맥스트 등 17개 종목이 그해 신규 상장 후 따상을 기록했습니다. 따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공모가 대비 50% 이상 수익률을 올린 기업도 숱했는데요. 카카오페이도 상장 첫날 19만3000원으로 공모가 대비 114% 수익률을 달성했고, 카카오뱅크(79%), 현대중공업(86%) 등이 양호한 성적으로 시장에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긴축 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들어 증시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기만 하면 높은 수익을 봤던 ‘묻지마 따상’ 시절도 끝이 났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2021년 따상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종목들도 증시 침체와 함께 조정을 받아 연일 우하향 곡선을 그리게 됐죠. 활황기에 비해 공모 자금이 줄어들면서 유동성이 바닥을 쳤고, 기관 투자자들도 높은 값을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제값을 받지 못할 우려가 커지자 대어급 주자들은 줄줄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공모 단계에서 중도 하차하는 등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10개 이상의 기업이 IPO 철회 공시를 낸 바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에서 2만2023대 1의 기관 경쟁률을 기록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주문 총액만 1경5203조 원을 모았습니다. 사상 첫 ‘경’ 단위의 주문액이었죠. 일반 청약에서도 증거금 114조 원을 모았는데, 이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초가는 공모가(30만 원) 2배에 약간 못 미치는 59만7000원에 형성됐고, 따상은 물론 ‘따’(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도 실패하게 됐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옥. (사진제공=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옥. (사진제공=에코프로머티리얼즈)
올 초에도 줄줄이 상장 철회…IPO, 두산로보틱스로 온기 이어가나

IPO 시장은 올해 들어서도 영 맥을 못 췄습니다. 신규 상장 종목 중 따상을 기록한 기업들도 있지만, 중·소형주 중심이었죠.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을 목표한 기업까지는 훈풍이 불지 않았습니다.

컬리는 올 초 상장을 철회했고, 오아시스도 코스닥 상장 철회 신청서를 써냈습니다. 오아시스는 당시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는데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아시스는 희망 공모가 3만500~3만9500원을 제시했지만, 대다수 기관 투자자들은 2만 원을 밑도는 가격을 써낸 바 있습니다. 공모가 하단보다도 34%가량 낮은 수준이죠.

올해 첫 코스피 상장 종목으로 주목받은 넥스틸 주가는 지난달 21일 상장 첫날 공모가(1만1500원)보다 6.61% 낮은 1만740원에 거래를 마쳤고, 올해 첫 1조 원대 기업 IPO로 주목받던 파두는 첫날 주가가 공모가(3만1000원) 대비 11% 하락한 2만7600원에 그쳤습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6월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60~400%까지 확대한 바 있는데요. 이에 따라 상장 주가가 공모가 대비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모두 부진한 수익률입니다.

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를 기점으로 IPO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그간 대형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대어로 꼽혔는데요. 예상보다 큰 흥행을 거두면서 이후 상장하려는 대형 IPO 기업들의 기대도 커진 겁니다.

조(兆) 단위 몸값이 예상되는 대어들은 이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입니다. SGI서울보증보험은 이달 13~19일 수요예측, 25~26일 일반 청약을 거쳐 다음 달 3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예상 시가총액은 2조7579억~3조6167억 원이죠.

올 상반기 증시를 뜨겁게 달군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가 지분 52%가량을 보유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합니다. 국내 최대 전구체 생산기업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 달 8~9일엔 일반 청약을 받을 계획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몸값을 최소 3조~5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뷰티 전문 기업 에이피알도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데이터 전문기업 IGA웍스도 연내 상장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기업은 모두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1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상장 이후 주가 전망은?

이제 개미들의 관심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향방입니다. 특히 올해 최대 증거금이 몰리면서 따따블 기록 여부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6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한 건 7월 14일 상장한 필에너지입니다. 필에너지는 상장 첫날 공모가(3만4000원) 대비 237% 급등한 11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288.23%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따따블까진 달성하지 못했죠. 2만6000원에 공모가가 형성된 두산로보틱스는 최대 10만4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을 수 있는데요. 이때 시가총액은 1조6853억 원에서 6조7412억 원으로 급등하게 됩니다.

앞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388% 급등한 바 있습니다. 이를 필두로 한 로봇주의 약진과 더불어 상장 직후 매물로 나올 물량이 크지 않다는 점이 두산로보틱스 주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데요.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예정 주식 수는 총 6481만9980주로, 상장일 즉시 매도 가능한 물량은 24.77%인 1605만3986주입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1위, 글로벌 4위의 협동로봇 전문기업으로 협동로봇의 2021년 시장 규모는 약 9억 달러 수준”이라며 “해당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35.1%의 성장이 기대되고, 2030년 시장 규모는 약 100억 달러로 추정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두산로보틱스의 2018~2022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46.1%로 타사 대비 월등히 앞서고 있다”며 “최근 로봇 관련 종목의 시가총액 흐름을 고려할 때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죠.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 산업의 명확한 성장 방향성과 성장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 로봇 사업 확대, 정부 정책 지원 등 로봇 산업 성장에 대한 가시성도 확보됐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내년 공장 증설과 함께 자율주행로봇 기업에 대한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며 “향후 로봇 사업의 성과와 실적 성장이 동반되는 중장기적인 우상향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상장 이후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로봇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밸류에이션이 상승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건데요. 서재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희망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지만, 상장 이후 로봇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적정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2만9000원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의 연간 흑자전환 시기는 2025년으로 예상한다”며 “이후 2026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427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어 “이때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1조9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적정 주가는 2만9000원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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