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아시아 축구 맹주 가린다…객관적 전력 비교해보니 [이슈크래커]

입력 2023-10-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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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에서 맞붙게 됐습니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포츠 종목에서의 한일전은 국민적 관심사입니다. 비인기 종목이더라도 한일전이라면 관심이 대폭 증가하는 효과(?)까지 발생하는데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눈길이 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축구’에서 한일전이 성사됐습니다. 인기 종목인 축구와 한일전의 결합으로 이번 결승전은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죠.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파죽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마무리하고, 16강에서는 키르기스스탄을 5-1로 완파했으며, 중국과의 8강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2-0으로 승리했죠.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전에서는 ‘깡패 축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거친 경기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2-1로 제압했습니다.

결승전 상대는 홍콩을 꺾고 올라온 일본인데요. 이에 우리나라는 지난 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연장 승부 끝 2-1로 이긴 데 이은 한일전 2연승을 노리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3연속 우승까지 기대하는 상황이라 대표팀의 열정도, 국민의 응원 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죠.

▲2021년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 한일전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한 이강인(왼쪽)이 일본 마야 요시다와 공을 다투고 있다. (AP/뉴시스)
▲2021년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 한일전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한 이강인(왼쪽)이 일본 마야 요시다와 공을 다투고 있다. (AP/뉴시스)
역대 아시안게임, 한국 우위지만…최근 한일전에선 ‘고전’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붙을 때 거의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역대 아시안게임 축구 한일전 전적은 한국이 6승 1패로 확연히 앞서 있습니다.

1962년 자카르타, 1970년 방콕, 1982년 뉴델리,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각각 한 차례씩 일본과 만났는데요. 뉴델리 대회 조별 리그 3차전에서 만나 1-2로 석패한 경험을 제외하면, 줄곧 승리를 지켜왔죠. 이번 대회 결승전은 8번째 한일전이 되는 셈입니다.

황선홍호가 이번 결승전에서도 일본을 꺾는다면 아시안게임 3연패까지 달성하게 되는데요. 남자 축구 2연패 기록은 대만(1954·1958년)과 미얀마(1966·1970년), 이란(1998·2002년), 한국(2014·2018년) 등 4개국이 세운 적 있습니다. 그러나 3연패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죠. 황선홍호가 또 하나의 기록을 써낼 기회를 잡은 겁니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일본과의 최근 맞대결에서 고전했습니다. 2021년 3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A대표팀과 일본의 친선 경기를 시작으로, 2022년 6월 16세 이하 4개국 친선 대회, 같은 시기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전,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 올 7월 U-17 아시안컵 결승전 등 5번의 한일전에서 연속으로 0-3 참패 행진을 이어왔습니다.

남자 성인 대표팀 기준으로 보면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은 게 마지막이고, 가장 최근의 승리로는 올 8월 한국 U-18 대표팀이 2023 SBS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 1차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은 경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황선홍호에는 설욕전이 되기도 하는 셈입니다.

▲4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후반전 한국 엄원상이 우즈벡 율다셰프에게 거친 태클을 당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후반전 한국 엄원상이 우즈벡 율다셰프에게 거친 태클을 당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와일드카드 없고 전력 떨어지지만…우즈벡 ‘깡패 축구’는 악재

아시안게임 축구는 만 23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두는데,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만 24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합니다. 여기에 연령 제한을 안 받는 와일드카드 3명을 발탁할 수 있는데요. 한국은 백승호, 박진섭(이상 전북), 설영우(울산) 등 와일드카드 3명을 모두 발탁했죠. 또 출전 여부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이한범(미트윌란), 박규현(디나모), 김태현(베갈타 센다이) 등 해외파 6명까지 포함해 전력을 구축했습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는 무려 16골 무실점 성적을 기록했고, 16강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5골을 뽑아내면서 단 4경기 만에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8강전도 5만여 명의 홈 관중을 등에 업은 ‘개최국’ 중국을 가볍게 제압했죠. 정우영(7골), 조영욱, 백승호, 홍현석(이상 3골) 등 활약에 힘입어 이번 대회에서만 무려 25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2024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와일드카드를 한 명도 뽑지 않았습니다. 총 22명의 엔트리 중 대학 선수가 8명이고, 13명의 프로 선수 중 해외파는 사토 케인(베르더 브레멘 2군), 마츠오카 다이키(그레이무)뿐입니다.

이에 지난 대회와 비교해 객관적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본이 만만한 상대는 아닙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카타르(3-1), 팔레스타인(1-0), 미얀마(7-0), 북한(2-1), 홍콩(4-0)을 순서대로 제압해왔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준결승전에서도 악재가 나왔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뛰어난 조직력으로 경기 전 긴장감을 자아냈으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개인 기량이나 경기력보다는 거친 성향으로 우리 선수들을 당혹게 했습니다. 공을 잡은 이강인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면서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반칙을 행했는데요. 이후로도 거친 백태클을 시도하며 다리를 걷어차고 공이 없는 선수를 쓰러뜨리는가 하면, 심판 몰래 등을 때리고 얼굴을 밀치는 등 황당한 장면들이 다수 포착됐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결국 부상이라는 리스크를 안게 됐죠.

이브로힘할릴 율다셰프의 백태클로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던 엄원상은 어렵게 일어서서 경기를 이어갔지만, 3분여 만에 다시 상대 선수에게 걸려 넘어졌고 결국 안재준이 교체 투입됐습니다. 엄원상은 교체 당시 스스로 걸어 그라운드를 나섰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스태프에게 업혀 나가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엄원상은 핵심 측면 공격수로, 빠른 발과 침투 능력에 호평이 나옵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전반 5분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띄운 바 있죠. 그러나 이번 부상으로 결승전 출전은 불투명해졌는데요. 황 감독은 “지금까지 큰 부상자 없이 잘해왔는데, 엄원상이 부상이 좀 있는 듯하다”며 “상태를 체크해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4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전반전 한국 정우영(왼쪽)이 추가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전반전 한국 정우영(왼쪽)이 추가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우승 의지 다지는 황선홍호…“한일전 부담? 오히려 동기부여 돼”

한일전이 성사되자, 일본은 다시 한번 밑밥 깔기(?)에 나선 모양샙니다. 자국의 전력이 완전하지 않다는 걸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건데요.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4일 한일전 성사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은 이강인 등 진지한 멤버를 꾸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아시안게임에서) 5회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우승하면 병역 혜택을 받게 된다”며 “PSG의 미드필더 이강인 등 유럽 4개 팀 소속 선수 외에도 와일드카드를 활용하는 등 진지한 태도로 대회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해당 매체는 지난달 27일에도 한국의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을 강조하며 “이번 대회는 2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지만, 일본은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22세 이하를 소집했다. 대학생이 8명 포함돼 있어 2군으로 평가를 받는다”면서 “그런데도 한국은 일본을 최대 라이벌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한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엔트리를 어떻게 꾸리는지는 출전국의 자유지만, 대회에 최정예 멤버로 나서지 않는 건 결국 일본 측의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한국 대표팀은 전력과는 상관없이 굳건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백승호는 “대회 전부터 결승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 됐든 우리 목표는 금메달이다. 오히려 한일전이어서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며 “오히려 ‘무조건 한일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우리는 다 믿음이 있고, 같은 목표 하나를 보고 왔다. 준비 잘해서 잘 회복하고 하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미디어나 많은 분들이 ‘(일본 대표팀에) 최고 전력이 안 왔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며 “좋은 팀이기 때문에 우리도 겸손하게 준비해서 마지막 경기 마지막 목표를 향해 다 걸고 뛰겠다”고 다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황 감독도 결승전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승리해야 한다”면서 “마지막 한 발이 남았는데,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서 금메달을 딸 수 있게 하겠다. 다 같이 합심해서 마지막 한 발을 딛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죠.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가리게 될 남자 축구 결승전은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됩니다. 4강까지 6경기를 치러 25득점-2실점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인 우리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한국 축구대표팀이 여섯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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