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적용 범위와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관련 민사·형사·행정 소송 판례 87건을 분석한 보고서를 8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위탁계약·프리랜서 노동자 등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은 캐디, 승선근무 예비역 등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겪은 피해를 인정하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피해자가 고통받았다면 대상과 유형을 폭넓게 봐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다는 취지다.
‘갑질 상사’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도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2월 성차별적 폭언을 하고 직원에게 볼펜을 집어던진 상사에 대한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수원지법도 오랜 시간 피해자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한 가해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보고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도 소개했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괴롭힘은 법이 정한 범위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는 비근로자에게도 발생한다”며 “이제라도 사각지대를 없애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