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업계 '빅 2'인 신라·롯데면세점이 아시아의 허브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K면세점' 위상을 뽐내며 시장 장악에 박차를 가한다. 면세업계 전반이 엔데믹에 따른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양사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거점으로 글로벌 면세 사업자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화장품·향수 매장 사업권을 4년 연장했다. 2014년부터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해온 신라면세점은 이번 계약 연장으로 2028년 3월까지 추가 입찰 없이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신라면세점은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을 약 14년간 운영하게 됐다.
연장된 사업권의 범위는 창이공항의 4개 터미널에 걸친 총 22개 매장으로, 총 규모가 약 7700㎡(약 2330평)에 달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연간 약 70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했던 아시아 대표 거점공항이다. 현재 창이공항에는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을 비롯해 듀프리(스위스), DFS(미국), 라가데르(프랑스) 등이 세계 굴지 면세점이 입점해 있다.
이번 신라면세점의 창이공항 사업권 연장은 창이공항과 신라면세점 간의 신뢰 관계가 계약 연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신라면세점은 그간 창이공항과 협력해 혁신적인 공간 마련에 주력해왔다. 2015년 고객체험형 공간으로 조성한 ‘듀플레스’ 매장은 올해 8월 이용객만 515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55.1% 증가한 수치다.
창이공항 측은 “신라면세점이 창이공항의 유통 환경을 변화시키고 공항의 쇼핑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그룹이 주최한 ‘2022 원 창이 앱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우수 협력사로도 선정됐다.
신라면세점은 이번 사업권 연장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130여 개의 뷰티 브랜드 외에 추가로 20여 개의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팝업 매장을 오픈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에게 다양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도 연말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은 롯데면세점 해외 점포 중 가장 큰 규모다. 전체 면적은 약 8700㎡(2632평)으로 총 4개 터미널에 걸쳐 주류, 담배 품목 등을 단독 판매한다.
롯데면세점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은 2020년 향후 6년간 운영권을 확보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운영을 시작하지 못했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가 국가 봉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한 탓이다.
이후 2011년 하반기 들어서야, 팬데믹 상황이 진정되면서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 일부 매장을 리뉴얼해 일부 운영해왔다. 올 연말까지 창이공항의 19개 면세구역 매장의 리뉴얼을 추진해 연간 약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창이공항 19개 매장 중 17개를 임시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연말 그랜드 오픈을 통해 매장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