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이·팔 전쟁’에 긴급 재택근무령…항공·에너지·기술 기업에도 불똥

입력 2023-10-10 16:29 수정 2023-10-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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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직원 안전 비상
하루 최대 850만 ㎥ 생산 천연가스전도 운영 중단
테크기업 인력 공백 우려도
이스라엘, AI·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지 중 하나

미국 기업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 주요 은행들은 이스라엘 현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로 전환했으며, 주요 항공사들과 에너지 기업은 항공편 운항 및 가스전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현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콘퍼런스를 전격 취소했다.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는 이스라엘 현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당분간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자사의 현지 직원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요청했다. 씨티그룹은 이스라엘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씨티그룹은 “이스라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 사항이며 동시에 고객 서비스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형 항공사들은 국무부의 여행 경보 발령에 따라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항공편 운항을 줄줄이 중단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13일까지 텔아비브행 서비스를 중단했고, 유나이티드 항공도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당분간 텔아비브 항공편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델타항공 역시 이번 주까지 텔아비브 항공편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거대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북부 해안 타마르 가스전의 천연가스 공급을 일시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타마르 가스전은 이번에 하마스의 타깃이 된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서 불과 24㎞ 거리에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21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위기 때도 셰브론에 타마르 가스전 일시 폐쇄를 요구한 바 있다.

타마르 가스전의 생산량은 하루 평균 약 710만~850만 ㎥에 달한다. 타마르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 중 일부는 이집트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된다. 해당 가스전의 가동이 중단되면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천연가스 수출량 감소와 수출 재개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는 이달 중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AI 콘퍼런스 ‘AI 서밋’을 안정상의 이유로 취소했다. 회사 측은 이날 웹사이트에서 “현재 이스라엘 정세로 인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이 소식을 알리게 돼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른 주요 기술 기업들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 기술 업계의 주요 중심지인 만큼 현지에는 AI, 소프트웨어 등 많은 유력 기술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30만 명 규모의 예비군을 동원함에 따라 이들 기업에 인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밖에도 미국 여객선 운항업체 로얄캐리비안이 이스라엘 지역 여행 일정을 다수 조정했고, 물류업체 페덱스가 이스라엘 현지에서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현지에 진출한 유럽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와 H&M 등도 현지 점포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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