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산드라의 경고, IMF 전망치 엄중히 봐야

입력 2023-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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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어제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p) 낮췄다. 종전 2.4%에서 2.2%로 조정한 것이다. IMF는 내년 세계 성장률에 대해서도 3.0%의 전망치를 2.9%로 0.1%p 낮췄다. 중국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제조업 부문 부진이 지속돼 부정적 파장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2%로 종전보다 0.3%p 하향됐다. 중국 풍향에 민감한 한국 경제 체질을 감안하면 한국의 내년 조정 폭이 0.2%p에 그친 것은 되레 다행인지도 모른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종전 관점(1.4%)을 유지했다. 7월 수정 발표 전망치와 동일하다. 하지만 이를 반길 수는 없다. IMF는 지난해 7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에서 2.1%로 대폭 낮췄고 이어 10월에는 2.0%로 추가 하향했다. 올해 1월엔 1%대(1.7%)로 다시 내렸다. 4월과 7월에도 추가로 낮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섯 번이나 낮춰진 올해 전망치는 이젠 반전의 기회조차 못 잡는 형국이다. 여간 씁쓸하지 않다.

IMF만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은행 등의 관측도 비슷하다. IMF 분석과 전망이 최근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같은 지정학적, 지경학적 특대형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각오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먹구름이 몰려오는 상황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8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계속 하향 조정하는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조정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국부, 국력, 고용 기회와 직결된다. 전반적 후생 수준도 좌우한다. 경제성장률 증감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변화율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0.2%p의 감소는 적어도 3조 원 안팎의 GDP 손실을 초래하고 4만~5만 명의 일자리를 증발시키는 부작용을 빚을 것으로 봐야 한다. IMF의 내년 전망치 하향 조정, 그리고 지난해 7월 이래 다섯 차례 연속 하향 수모를 겪은 올해 경제성장률에는 카산드라의 경고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별도의 권고는 이번 보고서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IMF는 앞서 9월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에서 “민간 부채를 감소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긴축 통화기조 유지도 권고했다. 우리 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본지가 최근 국내 주요 기업 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간 기획 설문 조사에서도 과반수 응답자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 ‘가계부채 증가’를 지목했다.

‘잃어버린 30년’의 수난극이 일본에 이어 우리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부채 척결은 불가피하다. 기준금리 인상 요법도 무작정 마다할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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