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美 ‘반도체 수출통제’, 한고비 넘겼을 뿐

입력 2023-10-1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삼성·SK 중국내 생산 유지했지만
中 견제위한 수출통제 상시 가능
미·중 패권경쟁속 지속 대응해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수출통제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했다.

작년 10월 7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를 대폭 강화했고,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들에 이 조치의 1년간 유예를 부여한 바 있다.

결국 1년 유예가 끝나는 시점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국 수출 관리 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함으로써 유예 조치가 무기한 연장되었다는 설명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가 우리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유지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방향성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VEU 프로그램의 경우 미국 정부가 2007년부터 도입한 제도고, 2020년 미 상무부가 발표한 VEU 리스트에 이미 삼성과 SK하이닉스, 그리고 인텔의 다롄 공장 등이 ‘검증된 최종 사용자’로 등재된 상황이어서, 이번 조치를 문제의 완전한 해결로 보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점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이 제도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지속적으로 협상에 나서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이든 정부는 기본적으로 수출통제를 적극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작년 9월 미 백악관의 국가안보 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수출통제의 전략적 활용을 언급한 바 있다. 기술 수출통제가 단순한 예방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수출통제 조치가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자산이 되어 중국에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부과하고 중국의 역량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는 수출통제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수출통제는 국제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제한적인 경우에 다자간 합의에 따라 취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설리번의 발언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방적·전략적으로 수출통제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러한 시각의 출발점은 현재 운용되고 있는 다자간 수출통제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로는 바세나르 체제(WA), 핵 공급국 그룹(NSG), 호주 그룹(AG), 미사일 기술 수출통제체제(MTCR) 등 4대 체제가 있다.

그러나 4대 다자수출통제 체제가 임무 수행의 측면에서 너무 느리거나, 너무 타협적이거나, 너무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일방적인 수출통제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기존의 다자수출통제가 △신흥안보 위협 요소에 대한 대응 미흡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구조 △라이선스 정책조율 메커니즘의 부재 △민관 협력수단 부재 등 다양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 및 유럽의 주요국도 비슷한 시각이다.

당장은 중국 견제를 위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방적 수출통제를 활용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수출통제 명분을 확보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5번째 다자수출통제 체제를 구축하여 기존 체제를 보완하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로운 체제는 뜻을 같이하는 기술 민주주의 국가들로 구성하고, 현재 체제보다 협력적이고 투명하며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정책목표를 위해 수출통제 정책을 조율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새로운 다자수출통제 체제가 특정 국가를 표적으로 삼는 것에 대한 일부 국가의 부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 체제를 대체하기보다는 기존체제를 보완하는 형태로 구축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한 다루는 기술 및 품목에 있어서는 특정분야에 한정된 수출통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유력한 분야는 반도체 분야다. 실제로 미국, 일본,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위해 3~4년 전부터 협력을 해오고 있다. 이번 수출통제 유예조치 연장에서 보듯, 우리는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중 하나다. 이번에 한고비는 넘겼지만, 강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견제 기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이 있길 기대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트럼프 관세 위협에… 멕시코 간 우리 기업들, 대응책 고심
  • 韓 시장 노리는 BYD 씰·아토3·돌핀 만나보니…국내 모델 대항마 가능할까 [모빌리티]
  • 비트코인, 9.4만 선 일시 반납…“조정 기간, 매집 기회될 수도”
  • "팬분들 땜시 살았습니다!"…MVP 등극한 KIA 김도영, 수상 소감도 뭉클 [종합]
  • '혼외자 스캔들' 정우성, 일부러 광고 줄였나?…계약서 '그 조항' 뭐길래
  • 예상 밖 '이재명 무죄'에 당황한 與…'당게 논란' 더 큰 숙제로
  • 이동휘ㆍ정호연 9년 만에 결별…연예계 공식 커플, 이젠 동료로
  • 비행기 또 출발지연…맨날 늦는 항공사 어디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11.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0,136,000
    • -3.83%
    • 이더리움
    • 4,717,000
    • +0.32%
    • 비트코인 캐시
    • 683,500
    • -5.98%
    • 리플
    • 1,957
    • -5.69%
    • 솔라나
    • 325,600
    • -7.26%
    • 에이다
    • 1,310
    • -10.7%
    • 이오스
    • 1,132
    • -1.82%
    • 트론
    • 272
    • -6.21%
    • 스텔라루멘
    • 637
    • -13.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350
    • -4.7%
    • 체인링크
    • 23,690
    • -6.81%
    • 샌드박스
    • 870
    • -16.9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