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판사님, 할 말 있어요!”…TV속 법정과 실제 법정은 다르다

입력 2023-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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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현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 드라마 영상 속 재판 장면. (사진 출처 = MBC 드라마 '하얀거탑' 캡처)
▲ 드라마 영상 속 재판 장면. (사진 출처 = MBC 드라마 '하얀거탑' 캡처)

법정 드라마 속 재판은 정말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합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거세게 항의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증인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하며 방청객들이 웅성이기도 합니다. 실제 재판도 이렇게 재밌나요?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재판은 현실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실제 법정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부분을 유의해야할지 등 법정에서 지켜야할 예절을 소재현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Q. 흉악범에 대한 재판 과정을 담은 기사를 보면 방청객들이 “사형시켜라”며 야유를 보낸다고 합니다. 재판부가 방청객들에게 발언권을 주나요? 손을 들고 말하면 될까요?

A. 재판에서 재판의 당사자는 재판장이 발언권을 주는 경우에만 발언할 수 있습니다. 방청객은 재판을 방청할 수는 있지만 재판 중 발언을 할 수 없으며, 손을 들고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달라고 하더라도 발언권을 얻는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재판장이 방청객에게 발언권을 주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극히 드문 경우라고 볼 수 있으며,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얻지 않고 발언을 하거나 소란을 피울 경우 대법원 규칙인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제3조(퇴정명령 등)에 의해 퇴정명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평소 관심 있던 연예인이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얼굴 한 번 보고 싶은데 재판을 보러 가도 될까요? 연예인이니 비공개인가요? 어떤 재판들이 비공개인가요?

A.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모든 재판은 재판공개원칙에 따라 누구나 방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조직법’ 제57조(재판의 공개)에 의하면 법원은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재판의 심리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으며, 형사사건은 ‘형사소송법’ 제294조의3(피해자 진술의 비공개)에 의해 피해자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신변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1조(심리의 비공개)에 의해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의 재판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공개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의 재량에 의해 비공개재판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재판부가 비공개재판을 하려면 타당한 공개금지사유가 있어야 하며, 대법원은 “공개금지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의 심리에 관한 공개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러한 공개금지결정은 피고인의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그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증인의 증언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공개재판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 많은 사람의 방청이 예상되는 재판에 있어서는 법원에서 미리 발부한 방청권을 소지해야 방청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이투데이 DB)
▲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이투데이 DB)

Q. 법정 드라마에서는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예상 밖의 인물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이렇게 증인이 깜짝 등장을 해도 되는 건가요? 증인은 어떤 절차를 거쳐 재판에서 증언을 하게 되나요?

A. 재판에서 증인의 증언은 재판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증인은 증인 신문이 있는 재판 기일 전에 미리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재판장의 허가를 얻고 증인으로 채택된 이후에만 증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판 진행 중에 예상 밖의 인물이 갑자기 증인으로 등장해 곧 바로 증언을 하는 것은 극적 효과를 위한 연출이겠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Q. 이렇게 갑작스럽게 등장한 증인은 늘 충격적인 증언을 쏟아내고, 이를 들은 판사님은 곧바로 판결을 바꾸고 의사봉을 두드리며 선고를 합니다. 가능한 일인가요?

A. 판결의 선고는 재판이 열리는 변론기일이 완전히 종결된 이후에 따로 판결 선고일이 지정되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증인이 출석해 증언을 한 변론기일 당일에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재판부도 재판을 한 후 판결문을 따로 작성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절차이기도 합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항상 변론을 한 당일에 판결이 선고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극의 빠른 진행을 위한 것이겠지만 실제 재판에서 당일에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사례에서처럼 증인의 증언을 듣고 곧바로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하거나 판결을 바꿔서 선고하는 경우는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Q. 판사님 말이 너무 빠르고 길어서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녹음이나 녹화를 하거나 받아써도 되나요?

A. ‘법원조직법’ 제59조(녹화 등의 금지)는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사진촬영, 녹음, 녹화, 중계방송 등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다가 적발될 경우 20일 이하의 감치(형사절차와는 별개로 법원이 재판장의 명령에 따라 교도소 등에 가두는 것) 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녹음이나 녹화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재판장의 허가를 얻어야 하지만 받아쓰는 것은 특별히 제한되지 않습니다.

Q. 누군가가 징역 5월을 선고받았습니다. 5월에 출소하는 건가요?

A. 징역 5월이 선고되었다고 하는 것은 5월에 출소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5개월 동안 징역을 살아야 하는 형이 선고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월(月)이 의존명사로서 달을 세는 단위로도 쓰이기 때문입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소재현 변호사

제5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근무하다가 2022년부터는 법무법인(유한) 바른 소속 변호사(공정거래팀)로 활동 중이다. 주로 공정거래‧금융자문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전면개정된 공정거래법 조문별 판례와 내용’(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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