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00조 원 돌파한 국가채무…재정준칙 어디 있나

입력 2023-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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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이 사상 처음 1100조 원을 넘어섰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10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전월 대비 12조1000억 원 늘어난 1110조 원이다. 전년 말 대비 76조5000억 원 순증해 올해 말 전망치(1101조7000억 원)마저 웃돌았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사상 처음 1000조 원 벽을 돌파했다. 지난 4월 국무회의, 5월 감사원 검사자료 등을 관련 통계가 공개됐다. 그 기억이 생생한데 몇 달 되지도 않아, 1100조 원대 부채 청구서를 새로 보게 된 판국이다. 부채 증가의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기재부는 연내 국고채 상환 일정이 잡혀 있어 연말 국가채무는 전망치에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된다 해도 국가채무가 올해 1100조 원대로 급증하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분명한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번 것보다 더 많이 쓰는 현행 구조로는 빚더미 국가의 장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앞서 8월 올해보다 18조 원 늘린 657조 원 규모의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난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를 배격하고,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 동안 정부 지출을 연평균 10.8%나 늘려 나라 곳간 사정을 엉망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다. 5년 동안 400조 원 불어난 국가채무는 결국 5000만 국민과 후임 정부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전임과 달리 재정 건전화에 만전을 기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정부는 포퓰리즘 성향의 돈 풀기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정작 내년 예산안에선 병사 월급을 월 135만 원에서 165만 원으로 올리고, 노인 알바 일자리를 사상 최대인 103만 개로 늘리기로 했다. 노인층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액도 올렸다.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공항 등에 대한 예산 배정액도 각각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전임 정부와 오십보백보 아닌가.

정부는 내년 세수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 적자 예산이다. 국가채무는 내년에도 62조 원 늘어나 1200조 원에 근접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에 1000조 원을 넘은 중앙정부의 채무 규모에 놀란 국민은 이번엔 1100조 원 웃도는 규모에, 내년엔 1200조 원 육박하는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빚더미가 커지는 것은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이 계속되는 한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지구촌의 대다수 선진국이 국가 부채·재정 적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강제로 과잉 지출을 막는 것이다. 우리도 법제화가 시급하다.

정부는 어차피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법제화와 무관하게 재정준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단호한 실천이 필요하다. 야당 또한 더 늦기 전에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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