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유가보다 천연가스 가격에 직격탄”

입력 2023-10-16 14:38 수정 2023-10-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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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난주 40% 폭등
우크라 전쟁으로 한 차례 공급 타격
예비 공급원 없어 급격한 가격 변동
유가 배럴당 150달러 관측도…인플레 ‘비상’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전력회사에서 천연가스 공급관이 보인다. 슈투트가르트(독일)/AFP연합뉴스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전력회사에서 천연가스 공급관이 보인다. 슈투트가르트(독일)/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가 휘발유 가격보다 난방비와 전기료에서 더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때 대부분 석유 공급에 대해서 걱정하지만, 변동 폭이 더 컸던 것은 천연가스 시장”이라며 “유가에는 안전판이 있지만, 천연가스는 공급이 타격을 받았을 때 대안이 없다”고 분석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7일 이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6%가량 올랐다. 이란의 참전 등으로 전쟁이 확대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현재까지는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세계 원유 공급에는 아직 큰 영향이 없었다.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유가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유럽의 천연가스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지난주 40% 이상 급등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론이 현지에서 운영하는 타마르 가스전의 운영 중단을 명령했다. 또 가자지구 인근을 지나 이집트로 연결되는 가스 파이프라인도 폐쇄됐다. 노르웨이 컨설팅 업체 라이스터드에너지의 뤄중창 애널리스트는 “폐쇄가 길어지면 지역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이집트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천연가스의 가격 변동 폭이 더 컸던 원인으로 대체 공급원이 있는지 여부에 주목했다. 원유는 대이란 원유 수출 제재가 강화되더라도 당장 대체 공급할 나라가 충분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하루 500만 배럴의 잉여 생산 능력을 갖췄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당장 하루 300만 배럴 증산이 가능하다. 사우디가 당장 유가 부양을 위해 증산에 나서지 않더라도 유가가 배럴당 110~120달러(약 15만~16만 원) 수준으로 오르면 공급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천연가스는 예비 공급원이 없다. 특히 가스 시장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이 빡빡해진 상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마이클 스토파드 글로벌 가스전략책임자는 “러시아 파이프라인이 차단돼 현재 천연가스 시장은 석유로 환산하면 하루 200만 배럴의 공급이 줄어들었다”며 “잉여 생산력이 비정상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겨울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은 4조700억 ㎥, 공급량은 4조800억㎥로 전망된다. 이처럼 공급이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소한 문제라도 급격한 가격 변동을 불러올 수 있다. 가스 공급은 향후 2~3년 동안 의미 있는 신규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유가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참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중동 전쟁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공 행진하는 에너지 가격 속에서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은 커지고,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위해 이번 주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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