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특수를 노린 한국영화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극장가의 위기가 감돌고 있다. 9월 한국영화 관객 수가 전년 동월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9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9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456억 원이다. 팬데믹 이전 평균 매출액의 절반(54.8%)을 겨우 넘겼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0.3%(461억 원) 감소했다.
9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467만 명으로 2017~2019년 9월 한국영화 관객 수 평균(991만 명)의 47.1% 수준을 나타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8.0%(432만 명) 감소했다.
올해 추석 연휴 사흘간의 전체 매출액은 16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의 추석 연휴 사흘 기준 역대 최저 매출액이다.
영진위는 "추석 연휴가 9월 말부터 시작된 데다 추석 대목에 개봉한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으로 9월 전체 매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을 겨우 넘겼다"며 "9월 전체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OTT 성장으로 극장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추석 대목을 겨냥한 한국영화 3편이 개봉되었지만 뚜렷한 흥행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휴 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에 동시 개봉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등 3편의 한국영화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9월 영화관 매출액에 악영향을 줬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KOBIS)에 따르면, 16일 기준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의 누적관객수는 185만 명이다. 하정우ㆍ임시완 주연의 '1947 보스톤'과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의 누적관객수는 각각 92만 명, 30만 명을 기록했다.
강동원, 하정우, 송강호 등 충무로의 흥행 보증 수표들이 모두 고배를 마신 셈이다. '천박사'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240만 명 이상의 관객 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추세로는 손익분기점 조차 달성하지 못할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 뚜렷한 흥행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브로커', '비상선언', '거미집'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다. 하정우 역시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이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주춤하고 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스타 감독이나 배우가 출연하면 '영화 보러 가야지'라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감독이나 배우보다는 주변의 평가나 작품성을 냉정하게 따지면서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추석에는 '공조2: 인터내셔날'이 시리즈물로서 인지도가 높아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추석에 개봉한 영화들 중에는 인지도 면에서 확실히 볼만한 영화로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측면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아이맥스관이나 사운드X관처럼 큰 스크린이나 좋은 음향을 체험하며 영화를 볼 수 있단 것을 제외하면 일반관에서는 관객이 극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극장만의 경험이 유명무실해진 상황 탓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