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NGO’ 방치하면 ‘눈먼 돈 잔치’ 못 막는다

입력 2023-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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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어제 ‘비영리 민간단체(NGO) 지원 실태’ 감사보고서를 내고 국고보조금을 조직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다수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통일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6개 부처와 서울시 등 7개 기관이 지원하는 민간단체 900여 곳이 감사 대상이었으나 감사원은 우선적으로 국고보조금 액수가 많은 10여 곳을 집중 조사해 10곳에서 46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한다.

어제 발표된 적발 규모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2017~2021년까지 5년간의 회계부정액도 18억여 원에 그쳤다. 그러나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새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앞서 감사원은 최근 3년간 1만2000여 개 단체에 지원된 6조8000억 원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초까지 일제 감사를 벌여 1865건의 부정과 비리를 적발했다. 부정 사용액은 314억 원에 달했다. 감사원이 앞으로 적정 인력을 투입해 전방위 조사에 착수할 경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걱정될 지경이다.

앞서 6월 감사에선 온갖 부정 행태가 백화점식으로 망라됐다. 횡령, 리베이트, 내부자 부당 거래, 서류 조작, 중복 수령 등이다. 참석 인원을 부풀려 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낸 노조단체도 있다. 정부와 국민은 NGO가 표방하는 공익적 가치를 믿기에 나라 곳간을 헐어 이들을 지원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NGO에 나간 정부 보조금 총액은 22조4649억 원에 달했다. 천문학적인 규모다. 보조금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공익은 뒷전에 두고 물을 흐리는 이들이 널려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 가는 감마저 없지 않다.

이번에도 추태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많게는 수억 원에서 적게는 수십만 원까지 공금을 착복해 개인 호주머니를 채운 사례가 허다하다. 문체부, 국방부의 보조 사업에 참여한 한 단체의 본부장은 회계직원과 공모해 강사료, 물품·용역대금 등 허위 경비를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보조금 10억5700만 원을 횡령했다. 횡령액 일부를 승마용 말 구입비, 유학비 등에 쓰기도 했다. 외교부, 여가부, 환경부의 보조 사업에 참여한 4개 비영리단체 대표 등은 퇴직하거나 근무하지 않은 임직원에게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억대 보조금을 떼먹었다. 문체부, 여가부, 안산시의 보조 사업에 참여한 다른 비영리단체 대표 등은 자신과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허위로 계약해 보조금 1억8100만 원을 빼돌렸다.

정부 보조금은 국가 예산에서 나오고, 이는 결국 납세자가 부담한다. 그런데도 이를 ‘눈먼 돈’으로 여기는 범죄 행태가 독버섯처럼 뿌리 내리고 있다. 감사로만 적발되는 게 아니다. 올해 6~9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특별 단속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24건을 적발해 541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빼돌린 국고보조금은 모두 148억8000만 원에 달했다. ‘무늬만 NGO’를 방치하면 ‘눈먼 돈 잔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구경만 할 것인가. NGO 적폐 청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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