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 민간투자법…사업자에 부담”
‘감독명령’ 취소 판결도 이끌어내
가습기용 필터, 화학제품안전법
신법 위반 사례도 ‘불기소 처분’
아스팔트 도로포장 원료 아스콘은 외부에 노출된 지 약 1시간 30분이 지나면 굳기 시작한다. 굳어진 아스콘으로 타공을 하면 하자가 생겨 통상 아스콘 공장들은 수도권에 많이 위치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도로 포장을 비롯해 각종 건설 수요가 전국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아스콘 기업들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개발제한구역, 이른바 ‘그린벨트’에서 영업해왔다. 하지만 도시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공장 근처까지 신도시가 밀고 들어왔다. 지척에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 눈에는 기존 아스콘 공장이 눈엣가시다.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아스콘 경화 현상 방지기술을 적용한 장거리 운반 등 물류비용이 증가해 아스콘 가격이 덩달아 오르고 이는 시공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물가를 자극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도권 지역 한 지방자치단체는 아스콘 기업 A 사와 레미콘 기업 B 사에 ‘공장을 폐지하고 해당 부지에 근린공원을 조성한다’는 도시 관리계획을 결정한 후 공장 수용 절차를 진행했다. 관내 주민들이 아스콘‧레미콘 공장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자 대기배출가스 등을 트집 잡아 사실상 가동을 막았지만, 법무법인(유한) 동인 환경에너지팀이 방어한 행정소송에서 매번 처분 취소를 당하면서 수용이란 극단적인 카드를 빼들었다.
동인 환경에너지팀은 도시 관리계획 결정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자체 측이 앞선 소송에서 패소한 판결문을 근거로 제시했다. 행정법원은 주민 민원이 근거가 없는 ‘님비(지역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확인했다. 동인 환경에너지팀은 지자체 처분이 속행될 경우 A 사와 B 사 공장이 사라져 근로자와 레미콘 기사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서범석(사법연수원 36기) 동인 환경에너지팀 변호사는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일자리 역시 계획재량에서 고려해야 할 공익에 포섭된다는 법리를 적극 주장했다”고 상기했다. 결국 법원은 A 사와 B 사 공장을 수용해 아예 없애려던 지자체 처분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지자체 측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 및 재항고로 맞섰으나 동인 환경에너지팀은 항고심‧재항고심 사건까지 대리하며 법원의 본래 집행정지 결정이 확정되도록 했다. 이 집행정지 결정으로 도시 관리계획은 백지화됐고, A 사와 B 사는 영업권을 존속할 수 있게 됐다. 근로자 100여 명의 일자리 또한 보호됐다.
“악취가 코를 찌른다”, “미세먼지로 숨을 못 쉬겠다”는 등 쓰레기 소각장‧재활용 폐기물 처리장과 같은 혐오시설 폐쇄만을 겨냥한 악성 민원으로 환경산업이 고사하고 있다. 게다가 환경부 규제마저 갈수록 강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선거 때 표를 의식한 지자체 선출직 단체장은 관내 주민 민원에 오히려 부응하며 각종 혐오시설 폐지를 공약으로 삼는 상황이다. “굴러들어온 돌들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환경기업 종사자들은 푸념한다.
동인 환경에너지팀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간투자법)에 따라 설치된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회사를 대리, 지자체가 가축분뇨 처리시설 내 반입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반입하도록 하라는 감독명령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가축분뇨 처리시설은 미생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분해시설인데, 당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해 투입된 소독약품 살균제가 가축분뇨에 섞이게 됐다. 이로 인해 가축분뇨의 성상이 변경되면서 수질 정화에 지장이 발생했다. 회사는 수질을 안정화하고 정화장치를 정상 작동하고자 반입량을 일시 제한했다.
이 같은 반입량 제한에 지자체는 일정 양 이상의 반입 명령을 강제했다. 법원은 운영회사가 가축분뇨 처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입까지 포기하면서 수질 개선을 목표로 반입제한 조치를 스스로 취한 일은 “처리시설 운영과 관련한 경영판단”이라고 봐 감독명령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윤여창(연수원 44기) 변호사는 “민간투자법상 감독명령은 위반 시 추가적인 제재 처분과 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사업시행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처분”이라며 “‘자유로운 경영활동의 저해’에 관한 선례가 별로 없어 민간투자법에 의해 운영되는 가축분뇨 처리시설 및 이에 대한 감독명령의 한계에 관한 리딩 케이스가 될 수 있는 취소 판결을 이끌어 낸 성과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인 환경에너지팀은 팀장을 맡고 있는 이동국(28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서범석‧윤여창‧남은지(45기)‧선우인(47기) 변호사가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 변호사와 선우 변호사가 주로 배출물질 분야를, 남 변호사가 폐기물 철 및 재활용 분야 사건을 각각 담당한다. 판사를 지낸 이 변호사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석사 출신 서 변호사는 두 부분 전체 송무(訟務)와 함께 자문에 전념하고 있다.
환경청은 ‘가습기용 향균‧소독 필터’가 내장된 제품을 제조‧판매한 C 기업을 ‘의약외품 또는 안전 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인 가습기용 향균‧소독제를 신고 내지 승인 없이 판매했다’는 이유로 검찰 고발했다. C 기업은 약사법과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안전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동인 환경에너지팀은 약사법상 의약외품으로 지정된 가습기용 향균‧소독제는 ‘분말’ 내지 ‘액상’ 형태의 물질을 가습기 내 물 자체에 추가해 넣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제제로 한정되므로 가습기에 장착하거나 설치하는 부품인 필터 형태 제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선우 변호사는 C 기업은 가습기용 향균‧소독 필터가 관련법령상 안전기준을 전부 준수했다고 인지한 뒤 필터가 설치된 가습기를 납품받아 판매했을 뿐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C 업체에게 화학제품안전법 위반의 고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C 업체에 대한 약사법 위반 ‘혐의 없음’과 화학제품안전법 위반죄 ‘기소유예’라는 불기소 처분을 각각 끌어냈다.
남 변호사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새로 만들어진 화학제품안전법 적용이 문제가 된 사안에서 신법이 제정되는 경우 법조문 해석에 다툼이 있을 때가 많은데, 이번 사건의 경우 법조문 해석에 관한 정확한 의견을 제시해 검찰을 설득함으로써 ‘혐의 없음’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법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사건 경위를 상세히 설명해 C 기업에게 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함으로써 기소유예 처분을 끌어낸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 이동국(52‧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 (환경에너지팀 팀장)
창원지방법원 판사, 대전지방법원 판사(건설 담당),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건설), 한국지역난방공사 계약심의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고문 변호사, 식품의약품안전처 고문 변호사
● 서범석(47‧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
전 법무법인 에이펙스, 법무법인(유한) 세종 구성원 변호사
● 윤여창(42‧사법연수원 44기) 변호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민사조정위원, 서울서초경찰서 안보자문협의회 위원
● 남은지(35‧사법연수원 45기) 변호사
현 법무법인(유한) 동인
● 선우인(35‧사법연수원 47기) 변호사
인천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사법연수원 환경법학회장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