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빈대’가 최근 국내 대학교 기숙사나 사우나 등지에서 출몰하고 있다.
20일 계명대학교 익명 게시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신축 기숙사인 명교생활관에 생활하는 한 대학생이 빈대에 물려 학교 측이 대대적인 방역을 진행했다. 13일 인천 서구청 관내 한 사우나에서도 살아있는 빈대 성충 1마리와 유충 1마리가 발견됐다.
빈대는 몸길이가 9㎜가 채 되지 않는 야행성 곤충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침대, 벽틈 등에서 서식한다.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리면 심한 가려움증, 피부발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선 위생 관념이 강화하며 1970년 이후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거의 볼 수 없었다.
최근 빈대의 출몰 빈도가 증가하게 된 것은 해외 교류가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빈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이 올라가고, 위생 관념이 강화하면서 거의 사라졌다”라며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빈대가 출몰한 것을 볼 때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배낭과 캐리어 등 수하물을 통해 유입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교수는 “엔데믹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세를 보인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해외에서 유입되는 일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숙박업소를 이용할 때 빈대가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숙박시설에서 빈대가 보이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 숙소를 바꿔야 한다.
빈대에 물린 자국은 모기에 물린 자국과 유사하다. 물린 후 짧게는 6~24시간, 길게는 3일 뒤에 살짝 부풀면서 따끔거리고 가려우며 피부가 붉게 변한다.
빈대가 모기와 다른 점은 혈관을 찾는 능력이 떨어져 혈관을 찾아 조금씩 이동하며 물기 때문에 자국이 일렬로 생긴다. 빈대에 물릴 경우 생명에 지장을 주는 심각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 저하, 수면 장애, 정신건강에 대한 영향 등 사회적 비용이 수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안혜진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빈대는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물기 때문에 물린 자국이 많이 발생한다. 팔다리 외에도 전신에 수십 개의 자국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매우 가렵고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려움 증상이 심해도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될 수 있으면 긁지 않는 것을 추천하며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거나 먹는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조절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