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의 다우존스 지수가 22.6% 폭락했다. 2246.74포인트였던 지수는 하루에만 508포인트가 떨어지며 1738.74로 마감했다.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였다.
23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10년 국채금리 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6% 하락하며 이틀째 2400선을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5% 국면에 진입하면서 1987년 블랙 먼데이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가 나온다. 당시 10년 국채금리는 4개월 동안 200bp(1bp=0.01%p) 급등했다. 현재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6월 3.3%에서 5%로 약 170bp 상승했다. 주가 급락의 표면적인 이유가 장기금리 급등이었다는 점에서 1987년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비슷해 주가 급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8년 블랙 먼데이 사태 당시 주가급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되돌리기 위한 루브르합의(1987년 3월)를 비롯한 국제 공조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루브르합의에서 프랑스, 서독, 일본, 캐나다, 미국, 영국 등은 플라자 합의 이후 급격한 미국의 달러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통화 안정에 관해 합의한다. 그러나 독일이 긴축으로 돌아섰고, 미국도 재할인율을 비롯한 기준금리를 올렸다. 선진국들의 공조 붕괴와 각국이 출혈 긴축에 나서며 금융시장은 큰 홍역을 치렀다.
현재의 상황도 당시와 비슷하다. 중동 내 분열과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남아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산에 따른 유가 급등은 물가상승을 자극하고, 금리인상과 고환율 압력을 높인다. 긴축 마무리는 논의가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현재 통화정책이 너무 타이트하단 증거는 없다”며 ‘과잉긴축’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전략가 앨버트 에드워즈는 “치솟는 국채금리 속 현재 풍경은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22% 급락하기 전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주식이 탄력적이었던 블랙 먼데이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1987년과 달리 주가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1987년에는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했지만, 현재 미국 달러는 올해 7월 이후 강세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 미국 등 주요국 물가 상승률이 높긴 하지만, 지난해 이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어 각국이 서로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성도 줄었다. 블랙 먼데이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 1년 내내 가속화됐었다. 블랙 먼데이 이후 서킷 브레이커가 도입된 점도 과거와 다른점이다. S&P500지수가 7%, 13%, 20% 급락할 때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블랙 먼데이와 같은 20% 수준의 폭락 사태는 일어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투자연구기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미국 증시가 1987년 블랙 먼데이 직전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거시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장이 붕괴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987년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주가의 추가 급락 우려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금리 변동성이 높은 국면에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