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반대 주주, 11월 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반대 비율 따라 합병 결정…국민연금 기권은 ‘변수’
서정진 회장 “합병은 주주와 약속…빚내서라도 합병”
셀트리온그룹이 ‘통합 셀트리온’으로 가기 위한 첫발을 뗐다. 2020년 9월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 계획을 발표한지 3년 만이다. 11월 13일까지 진행되는 주식매수청구권 기간,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 비중에 따라 최종 합병 여부가 결정된다.
셀트리온은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날 합병 승인 조건인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합병을 찬성하며 가결됐다. 참석 대비 찬성 비율은 셀트리온 97.04%, 셀트리온헬스케어는 95.17%다.
최종 합병 기일은 12월 28일로, 11월 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거쳐 연내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앞선 8월 구체적인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연내 마무리하고, 2024년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하는 계획이다. 첫 합병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하는 형태로, 셀트리온헬스케어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 0.4492620주를 배정했다.
이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안이 통과되며 양사의 합병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규모다. 기존 주주 중 합병과 신주 전환을 원하지 않는 경우 11월 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주식매수청구권 수용을 위해 1조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이 신청할 수 있는 최대 주식매수청구액인 약 20조 원의 5%에 해당한다. 업계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5%를 넘지 않으면 합병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가 셀트리온그룹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낮아 합병 무산도 배제할 수 없다. 셀트리온그룹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이다. 현재 주가(23일 오후 2시 기준)는 14만800원, 6만2800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에 이날 오전 셀트리온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7.43%)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안건에 기권 의사를 밝혀 변수가 발생했다. 기권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1087만7643주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하면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의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낮아 우선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기권을 선택했다. 결국, 주식매수청구건 행사 기간까지의 주가 흐름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날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위한 자사주 소각과 매입을 결정했다. 소각될 자사주는 셀트리온 보유 주식 230만9813주로 약 3600억 원 규모다. 합병 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배정될 합병 신주 수량에 해당한다. 소각일은 합병 등기가 완료되는 2024년 1월 4일이다.
동시에 셀트리온이 약 3450억 원(242만6161주)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약 1550억 원(총 244만주) 규모를 취득할 예정이다. 양사는 2023년 10월 24일부터 장내매수로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날 주주총회에 깜짝 등장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역시 합병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 회장은 “합병하는 이유는 주주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주식매수청구권 한도가 1조 원 이상이더라도 빚을 내서 품고 가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대규모 투자, 원가경쟁력 확보, 투명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체 사업 사이클을 일원화하고, 원가경쟁력을 개선해 신약과 신규 모달리티 개발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거래 구조를 단순화해 기업의 투명성도 끌어올린단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2030년 매출 12조 원 달성과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이라는 통합 셀트리온의 비전 달성에 다가서게 됐다”며 “내년부터 선보일 5개의 신규 파이프라인의 개발과 허가 절차도 순항 중인 만큼, 성장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