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좋은’ 인요한 소환에도 스포트라이트는 ‘김한길’

입력 2023-10-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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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와이프·아이 빼고 다 바꿔야”
당내 반응 회의적...“안전빵으로 가”
‘총선 역할’ 질문에 답하지 않은 김한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와 정부 부처 합동 자살 예방 정책 제언 브리핑을 마친 뒤 '총선 역할론'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와 정부 부처 합동 자살 예방 정책 제언 브리핑을 마친 뒤 '총선 역할론'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란 눈을 가진 한국인’ 인요한(64‧존 린튼)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인 위원장에 대한 당내 반응은 회의적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사람은 좋다”, “어쩌겠나”, “잘하길 빌어보자” 등의 말을 반복했다.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에게 쏠렸다.

인 위원장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에게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 혁신 방향에 대해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해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는 그 위원의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반응은 회의적이다. 초선 의원은 “우리가 이렇게 된 데에 대한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불편한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너무 안전빵으로 가려고 한다”며 “누구든 간에 ‘이제 진짜 변하려나 보네’ 정도의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면 크게 임팩트가 없다”고 평가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과연 정당의 내부를 혁신하는데 그 정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라면서 “자칫하면 김은경 혁신위처럼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에 쏠렸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숨은 책사’로, 윤 대통령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당 창당을 한다면 그 밑그림을 그릴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살예방 상담신고 통합운영’ 관련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 등에서 말해주고 있는 신당 창당은 생각해 본 일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하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떠났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윤 대통령이 오른쪽에 김한길, 왼쪽에 김기현 대표를 앉힌 것을 보면 권력의 무게추가 김 위원장에 쏠렸음을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국민통합위와 당 4역이 모인 만찬 자리에서 “위원회의 다양한 정책 제언들을 당과 내각에서 좀 관심 있게 꼼꼼하게 읽어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김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에 인 위원장 인선 배경에 ‘김한길 배후설’이 제기됐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국민통합위 유튜브 채널에서 통합을 주제로 김 위원장과 대담을 진행했고, 2019년에도 ‘길길이 다시 산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함께 촬영한 바 있다. 연말 총선 정국이 시작되기 전 3개월가량을 김 위원장이 자신의 사람을 보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추측인 것 같고, 전혀 오해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진 임재훈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김 위원장은 당무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인 위원장을 추천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의 역할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은 당내 존재한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지지율 30%로 창당 자체가 안 될 것 같으니 한발 물러서는 것 같다”라면서 “조정훈 의원이 ‘1호 영입 인재’로 들어올 때 함께 들어왔던 민주당 출신 인사들도 결국 김 위원장과 얘기가 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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