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내달 2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모든 범죄'를 성폭력 범죄 등으로 한정해 요건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특히 당시 법안 통과를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완화 입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의료인 결격 및 면허 취소 사유를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특정강력범죄, 성폭력 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로 개정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의료법 개정안이 여당의 반대 속에 강행 처리됐다. 개정안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의사 면허 재교부 금지 기간도 10년으로 늘려 의료인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내달 2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정부·여당은 의료인 자격 박탈 기준인 '모든 범죄'를 '의료 관련 범죄, 성범죄, 강력 범죄'로 구체화하고, 의사면허 박탈 시 면허 재교부 금지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냈지만, 야당이 거부해 결국 원안대로 가결됐다. 다만, 여당은 본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지만, 의료법은 거부권 대상 논의에서 빠졌다.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정부·여당이 제시한 중재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개정안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종류의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최 의원은 4월 의료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된 본회의에서도 반대 토론에 나서 "의료법은 원래 범죄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전과가 있는 경우 결격 사유로 규정했다"며 "그러나 2000년에 의료에 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국민 의료 이용 편의와 의료서비스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결격 사유를 의료관계법 위반 등 범죄로 제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당시 의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의사면허 취소 사유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원내부대표는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의료 관련 범죄, 특정강력범죄, 성폭력 범죄 등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만들어 발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실 관계자는 "입법 보완적인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4월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과 관련해 '찬성' 토론에 나선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의 행위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는 판단하에 이 법안들을 여야가 만장일치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 자격들도 이러한 규제를 이미 받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