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반복되는 푸틴 ‘건강 이상설’, 이유가 있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10-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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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크렘린궁 홈페이지/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크렘린궁 홈페이지/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또 나왔습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타블로이드지 미러와 익스프레스 등은 ‘제너럴SVR’ 텔레그램 채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22일 밤 심정지를 일으켜 구급요원들로부터 긴급 조치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이 텔레그램 채널은 “밤 9시 5분께 보안요원들이 대통령 침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침실로 달려가 푸틴 대통령이 침대 옆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보안요원들은 푸팅 대통령이 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누워 있는 걸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료진은 푸틴 대통령에게 소생술을 시행했으며, 그가 관저 내 특별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되찾고 상태가 안정됐다고도 설명했죠.

이 채널은 전직 크렘린궁 러시아 정보요원이 운영하는 채널로 추정됩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암 수술설 같은 건강 이상설을 수차례 제기했고, 크렘린궁 발표와 달리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방문한 것은 푸틴 대통령의 대역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기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매번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 크렘린궁의 완강한 부인에도 건강 이상설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4월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회의 자리에서 불편해보이는 푸틴 대통령. (출처=트위터/연합뉴스)
▲지난해 4월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회의 자리에서 불편해보이는 푸틴 대통령. (출처=트위터/연합뉴스)
췌장암부터 파킨슨병까지…‘건강 이상설’, 종류도 다양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병명도 다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다리에 경련을 일으켰다며 이는 파킨슨병의 징후라고 주장했죠. 푸틴 대통령이 불편한 듯 다리를 움찔거리고 발을 까닥거렸다는 겁니다. 더선은 푸틴 대통령이 회담 내내 왼팔로 오른팔을 붙잡고 있었다면서, 이 역시 온전한 건강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이 매체는 러시아 정보원에게서 유출된 이메일을 입수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초기 파킨슨병과 췌장암을 앓고 있다고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유출된 문서에는 “푸틴 대통령이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미 진행 중이다. 이 사실은 모든 방법으로 부정되고 숨겨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주장인데요.

또 푸틴 대통령이 최근 진단받은 췌장암의 전이를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든 종류의 스테로이드 약물과 진통제 주사를 맞고 있으며, 주사 때문에 심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얼굴이 붓고 기억 상실을 포함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계단에서 넘어진 후 대변을 보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소문이 나왔습니다. 제너럴SVR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한 야전 상황 등을 보고받고 기분이 상한 가운데 관저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했는데요. 당시 푸틴 대통령이 쓰러지면서 꼬리뼈가 직격당하자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속옷에 대변 실수를 했다는 주장입니다.

이 채널은 당시 관저 의료진이 푸틴 대통령을 욕실로 데려가 씻긴 뒤에야 진료를 할 수 있었다면서도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죠.

푸틴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종종 불편한 표정이나 몸짓을 보일 때마다 건강 이상설이 흘러나오곤 합니다. 혈액암, 갑상샘 문제도 거론된 적 있는데요. 출처가 반(反)푸틴 성향의 매체이며 직접적인 증거도 부재한 경우가 많습니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푸틴 대통령 집무실 회의 장면. (출처=크렘린궁 홈페이지/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푸틴 대통령 집무실 회의 장면. (출처=크렘린궁 홈페이지/연합뉴스)
크렘린궁 “터무니없는 사기”…건강 이상설, 러시아 혼란 반영됐나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며 건강 이상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23일에는 별 언급 없이 푸틴 대통령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집무실에서 회의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에는 푸틴 대통령이 탁자에 앉아 대화하며 문서를 살펴보는 모습이 담겼죠.

24일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푸틴 대통령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의혹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모든 것이 괜찮다”며 “이는 또 다른 가짜뉴스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대역을 사용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사기”라며 “웃음만 나올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대역을 이용한다는 소문에 대한 반박입니다. 올해 3월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푸틴 대통령의 얼굴 사진 3장을 비교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가짜 푸틴’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찍힌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이전과 다르다며, 실제 푸틴 대통령이 아닌 대역이 이곳을 방문했다는 겁니다. 제너럴SVR도 당시 세바스토폴과 마리우폴을 방문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 아니라 대역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너럴SVR은 “거리를 통제하지 않고 경호 차량 행렬도 없는 상황에서 푸틴이 최전선 점령지에서 즉흥적으로 운전을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당시 진짜 푸틴 대통령은 외부에서 안전하게 머무르고 있었다고 했죠.

지난해 11월에도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특별한 행사에서 등장하는 푸틴 대역을 포착한 적이 있다”며 “최소 3명의 대역이 존재하며 이들은 모두 푸틴과 비슷해 보이려고 성형수술을 했다. 동영상과 사진을 봤을 때 진짜 푸틴과 대역은 키, 몸짓, 귓불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의 신변에 대한 풍문이 꾸준히 제기되는 건 러시아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1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원유 수출가격 상한 설정, 해상 경유를 통한 원유 수출 금지 등 서방 제재도 받고 있는데요. 대체 시장을 모색하거나 제재를 부과한 국가들 밖의 관할권에서 러시아 원유를 실어 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운영하는 등 경제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무리한 전쟁을 일으켰다는 지적과 함께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는 모양새죠.

푸틴 대통령은 2021년 초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시간을 들여 우크라이나를 조금씩 합병하는 ‘살라미 전술’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기습적으로 감행했습니다. 영토 확장을 서두른 거죠. 서방 주류 언론들은 이를 ‘도박’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건강이 그에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는 의심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푸틴 건강, 전시 상황과 직결…우크라도 조명하는 문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으로 고심하는 상황입니다. 2년 가까이 계속되는 전쟁과 징집 공포로 민심은 돌아섰고, 국제 사회는 연일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죠.

지난해 12월 영국 국방부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러시아 대중의 ‘특별 군사작전’ 지지율이 25%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특별 군사작전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컬을 때 전쟁 대신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이 조사는 크렘린궁 경호를 담당하는 러시아 연방보호국(FPS)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실시한 건데요. 내부용으로 만든 결과가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가 입수하면서 영국군 손에 넘어가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조사에서 전쟁이 지속돼야 한다는 응답은 25%에 그쳤습니다. 55%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죠. 전쟁 초반인 지난해 4월 전쟁 지지율이 8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8개월 사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셈입니다.

당시 영국 국방부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강제 징집이 맞물려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동원령 이후 많은 러시아인에게 전쟁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암묵적인 지지를 유지하는 것조차 크렘린궁엔 점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짚었죠.

여기에 푸틴 대통령의 건강 관련 풍문도 끊임없이 나오면서 여론을 악화하고 있습니다. 신빙성이 높진 않지만, 전시 상황에서 최고 권력자의 건강 문제는 전선의 사기와도 직결되죠. 이에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이 건강하며 평소처럼 집무를 보고 있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측도 이 같은 맥락에서 푸틴 대통령 신변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는데요. 올해 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여한 세계경제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가 여전히 살아 있는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건강 상태인지 혹은 그 대신 누군가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부각하는 듯한 발언이었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오직 러시아 매체를 통해서만 화면에만 등장하고 있는 러시아 대통령이 실제로 존재하는 푸틴 자신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러시아 언론에 등장하는) 그 사람이 푸틴인지 잘 모르겠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당시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 발언이 푸틴 대통령의 신변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지, 단지 그가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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