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코이카의 우크라 ‘황당 지원’

입력 2023-10-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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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제경제부 부장대우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2016년 가을,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 때 일입니다. 당시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조희연 교육감을 상대로 “학교 업무용 MS오피스를 수의계약으로 일괄 구매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며 윽박질렀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조 교육감은 “해당 소프트웨어는 MS에서만 만든다”며 “(수의계약으로) 오히려 예산을 많이 절약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답변이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여러 대의 방송 카메라를 의식한 듯, 그녀는 “왜 자꾸 핑계를 대느냐.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수의계약’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담긴 해프닝이었습니다.

수의계약은 부당 거래가 아닙니다. 매매 또는 도급 계약 때 경매나 입찰이 아닌, 적절한 상대방을 임의로 골라 맺는 계약입니다. 이는 경쟁계약과 대립하는 개념이지요. 계약의 목적과 성질이 경쟁 입찰에 적합하지 않을 때, 또는 가격이 소액이거나 유찰이 반복될 때는 오히려 유리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돈과 소비재 또는 서비스(용역)가 오가다 보니 종종 오해가 불거지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수의계약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는 사전적 의미를 앞세워 이해하기 어려운, 석연찮은 수의계약이 반복되기 때문일 터이지요.

최근 외교부 산하기관 한 곳도 때아닌 수의계약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입니다. 이곳은 개발도상국과의 우호 협력 관계 및 상호 교류를 증진하고 그들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외교부 산하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입니다. 1991년, 당시 해외개발공사의 단순 업무를 이관받은 한편 사업영역을 ‘교류와 협력’으로 확대해 오늘날에 이르게 됐지요.

협력과 교류는 물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까지 돕다 보니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못지않은 역할도 해냅니다. 이런 코이카의 내년 예산은 2조 원이 훌쩍 넘습니다. 정부의 ‘공적 개발원조(ODA)’ 확대 기조에 발맞춘 것인데요. 특히 인도적 지원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고 전담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코이카는 매년 수백억, 수천억 원의 수의계약을 합니다. 최근 5년간 추진한 ODA 사업의 절반 이상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기도 했지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이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코이카가 진행한 ODA 사업은 총 1415건, 금액만 1조1442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수의계약만 52%에 달했습니다.

그뿐인가요. 국회 외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수의계약만 따져도 곳곳에 문제점이 수두룩했습니다. 먼저 수의계약 최대금액은 82억 원에 육박합니다. 나이지리아 디지털 거버넌스 기반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었습니다. 입찰 없이 8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의계약했다는 것도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적절한 지원이 이어졌느냐도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바로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피를 말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약품 지원입니다.

포탄이 날아다니고 군인들이 피를 흘리는 이곳에 지원한 의약품은 항암제(보령제약)와 치료 후 비만치료제(셀트리온헬스케어)였습니다. 금액도 12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살이 뜯기고 피를 흘리는 이들을 위한 지원 의약품으로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물론 국무조정실 역시 코이카의 수의계약에 대한 문제점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외교부 총영사 출신이 이곳 코이카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서일까요. 애써 외면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입니다. 언제까지 코이카의 방만함을 모른 척으로 일관하려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이는 곧 부메랑이 돼 당신들에게 날아갈 테니까요.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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