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절도범이 국내 들여온 고려 불상, 소유권은 일본에”

입력 2023-10-26 10:44 수정 2023-10-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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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절도범에 의해 일본에서 국내로 반입된 고려시대 불상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은 일본에 있는 것으로 종결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6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인도 상고심에서 원고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 문화재 절도단 9명은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 중이던 불상을 훔쳐 국내로 들여왔고 22억 원에 처분하려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후 이 불상은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됐다.

부석사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 왜구가 고려를 침탈했을 때 약탈당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원소유자인 부석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관음사는 ‘시효취득’을 주장하며 이 사건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에 보조참가를 했다.

1심은 부석사에 손을 들어줬다. 과거 일본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약탈해 불상을 일본 관음사로 가져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불상의 소유권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에 있으나, 소송을 제기한 부석사가 같은 주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취득시효 완성 여부다. 취득시효는 권리자가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점유가 이뤄지면 재산을 취득하게 되는 민법상의 제도다.

2심 재판부는 설령 같은 주체라고 할지라도 취득시효의 준거법이 되는 일본 민법을 따르면 관음사가 이 불상을 시효취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준거법이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해 적용되는 법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부석사와 서주 부석사의 동일성을 확인했다. 1951년 불상 내부에서 발견된 기록물에 ‘고려말 서주 부석사’가 등장했는데, 서주는 현재 충남 서산지역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원고(부석사)가 서주 부석사와 같은 지역에서 독립한 권리주체성을 가진 전통사찰로서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같은 지역에 ‘부석사’라는 명칭을 가진 다른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준거법에 대해서는 일본 민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 섭외사법에 따르면 그 취득시효기간이 만료하는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 돼야 한다. 시효기간이 만료되던 시점에 불상이 일본에 있었고, 일본 민법이 취득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산 취득시효와 관련해 일본 민법과 우리나라 민법 내용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준거법이 달라진다고 취득시효 완성 여부가 바뀌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준거법인 일본 민법을 따르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관음사는 1953년 1월 26일부터 이 불상을 소유하고 있다가 2012년 10월 6일 절도범들에 의해 빼앗겼는데, 당시 일본의 민법 162조(소유권의 취득시효)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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