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수장의 품격

입력 2023-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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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오후 7시 51분. 당시 수석대변인이었던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장을 빠져나와 기자들에게 “당 대표가 마지막 말씀을 하고 계신다. 너무 오래 기다린 것 같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0여 분 후인 오후 8시 25분. 국민의힘 의원 총회가 종료됐다.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김 대표는 무슨 말을 했던 걸까. 이미 당 안팎으로는 17.15%p 격차의 완패를 뒤로하고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한다는 분위기가 파다했기 때문에 그의 ‘말’이 궁금했다.

회의장에 있었던 의원들 얘기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의총장에서 나왔던 의원들의 발언들에 나름대로 대답도 하고, 설명도 하고, 해명도 했다고 한다. 지난해 1월 원내대표직을 조기 사퇴했던 이야기 등 그간의 정치 생활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고 한다. “내가 아쉬울 게 뭐가 있나. 총선 승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결기도 보여줬다. 심지어 “내년 총선에서 지면 태평양 바다에 빠져 죽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너무 장황했던 것일까. 한 중진 의원은 “내가 시간까지 딱 재봤다. 30분 이상을 얘기하더라”라며 혀를 끌끌 찼다. 한 의원은 “‘무엇을 하겠다’고 딱 말을 해야지, 안 그래도 말에 포스가 안 실리는데, 구구절절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어차피 총선 깨지면 더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별 의미 없는 소리”라며 “아직 목이 덜 닳은 것 같다. 10cm 정도는 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김 대표는 그동안 정치생명을 꽤 많이 걸었다. 지난해 10월 28일 국민의힘 경기 고양갑 당원협의회 당원 교육에서 당시 당권 주자였던 김 대표는 원내대표로 있는 동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골든크로스’ 시켰다며 “저는 내후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태평양에서 빠져 죽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3월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그 어떤 헌신도 다 할 것”이라며 “나의 모든 것을 다 던지겠다”고 했다.

쌓이고 쌓인 말이 어느 순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막상 앞에서는 별말 하지 않더라도 “어디 한번 보자”는 악문 입과 고까운 눈초리가 ‘수장의 품격’을 설명한다.

과거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로 내려간 산건이 있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도장은 여의도 당 대표실에 있었다. 당 대표의 소신을 생각하며 당시 일이 떠오른다.

“옥새가 당 대표실에 있는 건 이제 모두가 다 안다만, 그래도 옥새 들고 나르샤가 한번 더 일어나주길 바란다”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 유독 날카롭게 들렸던 의원총회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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