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이태원 참사 1주기 조명…“아직도 제대로 된 답변 듣지 못했다”

입력 2023-10-26 17:16 수정 2023-10-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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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6일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서 관계자들이 ‘10.29 기억과 안전의길’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6일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서 관계자들이 ‘10.29 기억과 안전의길’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영국 BBC방송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조명했다.

26일 BBC는 “당국의 잘못이 여러 차례 드러났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참사 생존자인 A씨는 당시 인파가 자신을 덮치면서 바닥으로 넘어졌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A씨를 누르는 압력이 너무 높아서 다리 근육이 파열·마비됐고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 여전히 A씨는 갇혀있었고 사방에서는 비명이 들렸다.

A씨는 “사람들이 ‘도와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외쳤고 클럽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제발 죽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어머니, 여동생과 서울을 방문 중이었다.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에 흥미를 느껴 가보기로 했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당시 이미 골목길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B씨는 여동생에게 탈출하라고 한 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남았고, 구조대원이 왔을 때 어머니를 군중 사이의 틈으로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이후 여동생을 찾기 위해 거리와 병원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여동생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그때 세상이 무너져내렸다. 처음에는 집 밖을 나갈 수조차 없었다. 밤에 너무 무서워졌고 작은 소리에도 마비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여자친구, 절친한 친구와 함께 있다가 둘을 모두 잃은 뒤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C군의 어머니는 “참사 이후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밝고 말이 많았지만 그 후로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방에 혼자 앉아있었고 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참사 당일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현재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이 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특별법에는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비롯 특별검사(특검) 수사가 필요할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6명의 핵심 피고인은 불구속 상태에서 9개월 넘게 재판받고 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태원 참사 유족에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 장관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사 1주기를 맞아 대통령을 모시고 유가족을 찾아 사과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10·29 참사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큰 슬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마음이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고인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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