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선고만 남긴 ‘장애인 영화관람’…극장 상영률 1% 못 미쳐

입력 2023-10-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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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ㆍ2심 승소한 ‘장애인 영화관람’
영화관 측 상고로 대법원 심리 중
시청각장애인용 상영비율 1% 못 미쳐
영진위, 장비 도입에 31억 편성

▲지난 광복절에 맞춰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한 1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원본 영화에 귀로 들을 수 있는 별도의 해설을 붙여 상영하는 '화면해설 버전'이 필요한데, 제작사와 배급사의 사전 협의를 거쳐 제작해야 하는 만큼 협조절차가 까다로운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의 작품은 사실상 제대로 관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이 과정이 비교적 손쉬운 일부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화면해설 버전'이 제작되고 있다. (이투데이DB)
▲지난 광복절에 맞춰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한 1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원본 영화에 귀로 들을 수 있는 별도의 해설을 붙여 상영하는 '화면해설 버전'이 필요한데, 제작사와 배급사의 사전 협의를 거쳐 제작해야 하는 만큼 협조절차가 까다로운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의 작품은 사실상 제대로 관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이 과정이 비교적 손쉬운 일부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화면해설 버전'이 제작되고 있다. (이투데이DB)

시ㆍ청각장애인도 영화관에서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청구된 소송이 1ㆍ2심 승소 이후 대법원 심리만을 남겨둔 가운데, 영화관은 여전히 1%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로 시청각장애인용 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최고 흥행작인 ‘범죄도시3’은 전국에서 30만 회 넘게 상영됐지만, 같은 기간 시ㆍ청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가치봄’ 버전 상영은 96회에 불과했다. 0.1%에도 못 미치는 미진한 수치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여름 대작 ‘밀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16만 회를 상영했는데 이중 ‘디지털 가치봄’ 상영은 0.1%(84회)에 불과하다.

▲2021년 12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시ㆍ청각장애인 영화관람 보조기술시연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가 영화 화면해설 및 자막제공 보조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12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시ㆍ청각장애인 영화관람 보조기술시연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가 영화 화면해설 및 자막제공 보조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은 2016년 시•청각장애인 4명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에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한 뒤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원고들은 청각장애인에게 눈으로 보는 한글자막 버전을, 시각장애인에게 귀로 듣는 화면해설 버전을 상영해달라고 청구했고 1심 재판부는 이듬해인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들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8년 멀티플렉스 3사는 곧장 항소했다. 원고들의 청구 취지를 감축해달라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원고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인정하되 상영횟수나 단말기 마련 대수 등 영화관에 부과된 의무를 보다 구체화했다.

재판부는 좌석 수 300석 이상인 극장일 경우를 전제로, 1개 상영관에서 전체 상영 회차 중 3%에 해당하는 만큼 상영하라고 판시했다. 해당 극장에서 ‘범죄도시3’나 ‘밀수’를 100번 상영하면 3번은 시청각장애인용으로 틀라는 의미다.

멀티플렉스 3사는 그러나 지난해 초 ‘장애인 편의 제공에 관한 법 해석을 더 구체적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2019년 12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봄씨어터에서 서울고등법원 장애인 영화 관람 관련 재판 현장검증에 앞서 청각 장애인이 영화관람 보조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2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봄씨어터에서 서울고등법원 장애인 영화 관람 관련 재판 현장검증에 앞서 청각 장애인이 영화관람 보조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상영횟수나 이에 필요한 장비 수에 따라 영화관의 경제적 부담이 좌우되는 만큼, 재판부 최종 판단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ㆍ2심에서 원고 변호를 맡은 김재왕 변호사는 “영화관이 자막 버전과 화면해설 버전, 이를 상영하기 위한 장비 등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다는 점은 (이미 인정된 만큼) 재판부가 크게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의무를 ‘어느 정도 범위에서 얼마만큼 제공해야 하느냐’에 관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그 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년 예산에 시청각장애인용 관람 장비 도입 명목으로 31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며 대비에 나섰다. 극장이 장차 구매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장비 비용을 사실상 대신 부담해주는 셈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애인 관람환경 개선 사업은 향후 (대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극장이 자체적으로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지원하면 장애인 당사자의 편안한 영화 관람은 물론이고 위태로운 극장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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