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쏟아지는 '트렌드' 분석 도서…통찰력 없다?

입력 2023-10-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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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출간되는 내년 '트렌드' 분석 도서
알맹이는 없고 작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
"안이한 분석 계속되면 독자들 외면할 것"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연말이 다가오면 내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미래 흐름을 관통하는 예리한 '통찰력'보다는 기존 트렌드를 약간 변형하거나 동어반복하는 네이밍(naming)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도서ㆍ출판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내년 트렌드 분석 도서는 '트렌드 코리아 2024', '2024 트렌드 모니터', '라이프 트렌드 2024'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도서는 '트렌드 코리아 2024'다.

▲ '트렌드 코리아 2024' 표지 (사진 제공 = 미래의)
▲ '트렌드 코리아 2024' 표지 (사진 제공 = 미래의)

김난도 교수가 대표 저자로 참여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내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소개하는 책으로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분초사회', '요즘남편 없던아빠', '도파밍' 등의 키워드를 제시해 내년 트렌드를 분석했다.

김 교수가 이번 책에서 첫 번째로 꼽은 키워드는 '분초사회'다. 분초사회란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진 시대를 반영한 말이다. 5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요즘은 넷플릭스를 볼 때도 1.5~2배속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돈과 시간이 대등하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시간이 금이다',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등의 격언처럼, 시간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결혼 후 남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요즘남편, 없던아빠' 키워드도 2017년 페미니즘 열풍을 시작으로 이미 본격화했다.

'도파밍' 역시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요즘만큼 재미를 좇는 일이 일상이 된 적은 없었다"며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도파밍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도파밍은 그가 '2021 트렌드 코리아'에서 '롤코라이프'라는 키워드로 비슷하게 설명한 바 있다. 롤코라이프란 대중들이 재미를 좇아 단기간의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마치 롤러코스터의 짜릿한 재미를 추구한다는 개념이다.

▲ '라이프 트렌드 2024' 표지 (사진 제공 = 부키)
▲ '라이프 트렌드 2024' 표지 (사진 제공 = 부키)

'라이프 트렌드 2024' 저자 김용섭 씨는 내년 중요 트렌드로 '올드 머니'를 꼽았다. 올드 머니란 상류층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부를 뜻한다. 벼락 부자의 허세를 지적하는 '뉴 머니 패션'과 반대되는 말로 '올드 머니 룩'이 있다. 상류층의 우아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의 패션을 지칭한다.

김 씨는 "진짜 올드 머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올드 머니의 패션과 취미,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올드 머니 스타일을 따라 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도전도 아니다. 이제껏 해왔던 것을 좀 더 멋지고 우아하게 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계급 상승의 욕망이 거세된 오늘날, 진짜 부자들이 향유하는 올드 머니 문화가 10~30대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개념 역시 불황형 소비 행태를 일컫는 '작은 사치'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한 출판 관계자는 "트렌드 분석은 대개 일반인들의 '소비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돈을 쓰는 곳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학 측면에서 트렌드 분석은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중에 나와 있는 트렌드 분석 도서들을 보면 미래 흐름을 주도한다는 느낌보다는 기존에 있던 트렌드가 더욱 가속화하고 확장할 것이라는 정도의 안이한 분석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본질을 도외시하고, 기존 트렌드를 새로운 이름으로 네이밍하는 부가적인 것에 치중하게 되면 결국 독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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